#뱀파이어가 독려하는 헌혈 캠페인
인간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가 헌혈을 독려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지난 16일 대한적십자사는 K팝 아이돌 공식 ‘뱀파이어’인 엔하이픈와 함께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헌혈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헌혈 캠페인에 엔하이픈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활용한 것인데요.
엔하이픈은 데뷔 이후 꾸준히 앨범에 뱀파이어 콘셉트로 스토리라인을 연결해 왔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새 앨범 ‘THE SIN : VANISH’에는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금기를 깨고 사랑의 도피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앨범의 핵심 키워드인 ‘피’와 ‘생명’을 헌혈과 연결해 뱀파이어 서사를 현실에서도 이어나갔습니다.
[헤럴드랩] 최근 헌혈의집에 헌혈을 하기 위한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25일 서울 지역 3곳의 헌혈의 집에서는 헌혈 기념품으로 아이돌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열렸는데요.
헌혈 비수기인 겨울철에 한파와 감염병으로 헌혈 수급량이 줄어들자,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이색 이벤트가 마련된 것입니다.
앞서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일으킨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이벤트가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색다른 헌혈 이벤트가 잇따라 이어지자, 헌혈의집에 다시 젊은 층의 발길이 모이고 있습니다.
헌혈의집이야? 팝업스토어야?
지난 21일, 헌혈의집 신촌센터는 잠시 팝업스토어를 연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센터 한편에는 엔하이픈의 새 앨범 콘센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엔하이픈 존’이 마련됐는데요.
팬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남기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실에는 엔하이픈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헌혈의집 특유의 차분한 공기 대신, 팝업 스토어에 온 듯한 설렘이 감돌았습니다.
현장은 대부분 10~20대 여성들로 친구와 함께 방문한 이들부터 혼자 조용히 대기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 풍경은 다양했습니다. 각자의 차례를 기다리며 컨디션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상담을 마치면, 곧바로 헌혈이 이어졌는데요.
헌혈이 시작되는 순간만큼은 모두 차분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헌혈이 끝난 뒤 찾아오는 작은 보상 역시 팬들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기존에 제공되던 문화상품권, 편의점 교환권, 기부권에 더해 이번 프로모션 기간에는 ‘엔하이픈 굿즈’ 증정이 추가됐습니다.
엔하이픈 굿즈는 미공개 포토카드 7장과 ‘블러드 바이트(Blood Bite)’ 초콜릿으로 구성됐습니다. 초콜릿 안에는 멤버들의 손 글씨로 작성된 엽서도 함께 동봉돼 있었는데요.
엔하이픈 희승은 “여러분의 따뜻한 참여가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거에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번 굿즈는 앨범이나 팝업스토어에서만 보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굿즈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조금 달랐는데요.
좋아하는 아이돌을 계기로 선행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순간이 됐습니다.
이색 헌혈 프로모션 할 수밖에 없는 이유
헌혈의집에서 이러한 이색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한파와 독감(인플루엔자) 유행까지 겹치면서 헌혈의 집은 ‘혈액 수급 위기’ 상황에 놓였는데요. 2016년 실제 헌혈에 참여한 사람의 비율인 ‘실제 국민 헌혈률’은 4.07%였으나 이듬해부터 3%대로 떨어져 지난해에는 3.27%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9일 적십자사는 이날 기준 혈액 보유량 4.4일분으로 혈액 수급 부족 징후 감시 활동이 시작되는 ‘관심’ 단계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헌혈 감소의 배경에는 저출산, 고령화, 헌혈 인식 저조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익숙했던 ‘유인책의 부재’도 있습니다.
특히 인기 증정품이었던 영화관람권이 물가 상승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급 중단되면서 참여를 유도할 동력이 약화했습니다.
이에 적십자사는 보상 체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쫀쿠, 아이돌 포토카드 증정 등 이색 프로모션을 기획하게 된 것인데요.
실제로 이번 협업이 진행된 헌혈의집 강남역·신촌·성수 센터는 엔하이픈 협업 행사 첫날에 센터가 문을 연 이후 최대 헌혈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행사 시작 후 닷새간 3개 센터의 전혈·혈소판 헌혈자는 총 1677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9∼13일) 합계 606명보다 2.8배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3개 센터의 생애 첫 헌혈자 수도 30명에서 588명으로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행 디저트인 ‘두쫀쿠’와 엔하이픈 포토카드는 얼어붙었던 헌혈의집을 다시 북적이게 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복세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이벤트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선행의 계기가 ‘나눔’ 그 자체보다 ‘보상’에 매몰될 경우, 혈액 수급난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지금 뜨거운 열기를 지속 가능한 헌혈 문화로 연결하는 것이 남은 과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헌혈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든든한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By 이성연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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