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게티이미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사전엔 “불가능하다”는 말은없는 걸까요. 전기차는 팔리지 않는다는 회의론을 테슬라로 뒤집었고, 꿈같은 얘기였던 민간 로켓 시대를 스페이스X로 열었습니다. 그가 또 한 번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번엔 반도체 공장입니다.

우리가 지으려는 ‘테라팹’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테슬라 공장에서 ‘테라팹(Terafab)’을 발표했습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인데요.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테슬라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물론 우주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특수 반도체까지 설계·생산·테스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도체 자립, 10년의 여정

테라팹 추진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병목으로 지목되는 ‘칩 부족’ 문제가 있습니다. 머스크는 “반도체 업계가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필요한 수준을 따라잡기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만 해도 장기적으로 연간 수십억 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라팹을 건설하지 않으면 칩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며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테라팹을 건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머스크는 테슬라 사업이 로봇과 자율주행, AI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파운드리만으로 회사의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라팹은 궁극적으로 연간 1테라와트의 컴퓨팅 파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규모의 약 50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머스크의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시도이기 때문인데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이지만 공급은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것도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죠.

지난해 10월 27일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 전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로봇. [게티이미지]
지난해 10월 27일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 전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로봇. [게티이미지]

사실 머스크가 ‘반도체’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아닙니다. 테슬라의 반도체 자립 여정은 길고 깊었는데요.

테슬라는 2016년 칩 설계 전문가 짐 켈러를 영입하며 칩 자체 설계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그 결과 2019년 자체 설계한 완전자율주행(FSD) 칩을 양산 차량에 탑재하며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 AI 학습용 슈퍼컴퓨터 도조(Dojo), 차세대 FSD 칩까지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왔습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와 165억달러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요. 테슬라가 설계한 차세대 자율주행용칩(AI5)과 데이터센터용 AI 연산 칩(A16)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하는 계약입니다. 이는 반도체 수요가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데이터센터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월가 “현실 장벽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1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생산 공장 ‘기가 텍사스’에서 ‘테라팹’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1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생산 공장 ‘기가 텍사스’에서 ‘테라팹’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머스크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월가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테라팹 구현에 약 5조~13조달러의 자본 지출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자본 지출 계획은 200억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죠.

비용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습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SMC가 수십 년간 축적한 공정 노하우와 장비 운용 경험은 단기간에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통상 수백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복잡한 장비 공급망이 필요하고,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탓입니다. 머스크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죠.

사업 모델 역시 파격적입니다. 머스크는 테라팹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수행하는 ‘통합 반도체 제조(IDM)’ 모델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로직 반도체, 메모리 칩, 패키징, 테스트, 리소그래피 마스크 생산 장비를 모두 한 건물 안에 넣겠다는 구상입니다. 한때 인텔이 수십년간 업계를 지배했던 방식인데요. TSMC가 파운드리 모델을 만든 이후 주류에서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공정마다 전문성이 다르고 경제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죠.

바클레이즈는 “테슬라의 많은 시도들이 그랬듯이, 이번 계획 역시 여러 면에서 전례가 없다”며 “테슬라는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고 비용과 실행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삼성이나 TSMC, 혹은 인텔과의 협력이 더 현실적인 경로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테라팹’, 반전 카드 될까

시장은 ‘괴짜 혁신가’의 무모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상에 기대를 거는 모습입니다. 테라팹 프로젝트 발표 직후인 2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3.50% 상승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테라팹 프로젝트가 향후 10년간 성장세를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여러 차례 현실로 만든 인물”이라며 “이번에도 전혀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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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1.09%입니다. 전기차 판매 둔화와 자본지출 부담, AI 사업의 성과 지연이 겹친 결과입니다.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지난해 4분기 차량 인도량은 44만9000대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EV 세액공제 종료와 수요 둔화, 경쟁 심화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연간 인도량 전망치는 약 180만대로 낮아졌습니다. 2년 전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테슬라 목표주가를 420달러에서 405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자동차 사업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AI 투자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로보택시와 사이버캡 생산 계획이 발표됐음에도 주가가 시장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인 점을 언급하며 “AI 관련 전략이 아직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머스크의 ‘큰 그림’, 우주데이터센터

머스크가 내놓은 ‘테라팹’ 구상은 테슬라의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는 동시에 스페이스X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박 연구원은 “테라팹 발표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나온 시그널”이라며 “발사체, 위성 하드웨어, 반도체를 모두 자체 생태계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방향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1조5000억~1조7500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테라팹에서는 두 종류의 칩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나는 엣지·추론에 최적화된 칩으로 차량과 로보택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주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고출력 칩으로, 스페이스X와 xAI가 활용하게 됩니다.

머스크는 약 80%의 생산량을 우주 데이터센터용 ‘D3’ 칩에 할당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20%만 테슬라 차량과 옵티머스 로봇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테라팹이 단순한 칩 공장이 아니라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실행하기 위한 공급 인프라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25년 3월 3일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에서 발사를 앞두고 스페이스X의 스타십 8차 비행 로켓이 오비탈 발사대 A 인근에 세워져 있다. [게티이미지]
2025년 3월 3일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에서 발사를 앞두고 스페이스X의 스타십 8차 비행 로켓이 오비탈 발사대 A 인근에 세워져 있다. [게티이미지]

머스크는 이날 ‘미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위성’의 개념 이미지도 공개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장기적으로 구축하려는 대규모 위성 컴퓨팅 네트워크의 일부로, 우주 공간에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서 스페이스X는 올해 1월 지구 궤도에 데이터센터 위성 100만개를 발사하기 위한 허가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신청한 바 있습니다.

올 상반기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스페이스X의 IPO, 그리고 테슬라와의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투자 셈법은 다음 연재에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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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