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적 재정 운용 기조를 반영한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약 90조원에 이르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AI 전환(AX) 등 성장 패러다임 전환, 5극·3특 육성 등 지방 주도 성장, 스타트업·청년 등 모두의 성장 통한 양극화 개선, 안전·평화 기반 구축 등 4대 중점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 지출은 올해 예산안(728조원)보다 5% 늘어난 764조4000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편성 중인 25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포함한 지출에서 5%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년 정부 지출은 8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 예산은 2017년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는데, 10년 만에 나라 살림 규모가 약 2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강력한 지출 재구조화를 통한 재정 건전성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에 각각 15%, 1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재량지출 340조원, 의무지출 388조원)으로 적용하면 감축 규모는 약 90조원에 이른다. 특히 의무 지출에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무지출은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령에 규정돼 있어 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신성장엔진 점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재정 정책을 펴는 일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중동전쟁 추경과 관련해 “원래 정부는 국민에게 돈을 쓰는 것”이라며 “잘 쓰는 게 유능한 것이고, 안 쓰는 건 무능한 데다 무책임한 것”이라고 한 배경이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이다. 지난해 말 49.1%였던 국가채무비율이 올해에는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조원 넘는 적자재정(관리재정수지)이 편성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 64%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의 재정 여력이 약해지면 글로벌 경제위기나 중동발 지정학적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의무지출 10% 감축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적극 재정과 지출 ‘적극 감축’이 함께 가야 재정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다. 유사 사업 통합, 한시·일몰 사업 종료 등 식상한 일 말고 학령인구 감소로 지급을 대폭 축소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보는 등 지출 혁신이 필요하다. 소득하위 70%인 기초연금도 지급대상을 줄이고 취약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