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환율·유가가 흔든 시장

초과수익의 해답은 ‘기업 선별’

레버리지 청산이 키운 변동성

ETF와 소부장에서 기회를 찾다

[챗GPT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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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원경 메리츠증권 상무/정리=홍태화 기자] 연초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낙관론이 지배했다. 개인 자금은 공격적으로 유입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랠리가 시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촉발되며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 진입했다.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까지 겹치며 국내 주식시장은 빠르게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가격 하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상승장에서 누적된 레버리지 구조가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약 30조원 수준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가격 하락은 곧바로 반대매매 물량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실제로 3월 초와 말, 코스피 변동성이 유독 컸던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주도주였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비중을 일부 줄이고,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니라, 시장의 방향성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대응이다.

“지금이 바닥인가”라는 질문의 함정

이러한 국면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지금이 저점인가”다. 그러나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 저점을 맞추는 것은 투자 영역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이다. 수많은 기관과 전문가, 그리고 글로벌 자금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특정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일이다.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조차도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확인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히려 문제는 이 질문 자체가 투자자들을 잘못된 행동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저점을 맞추려는 시도는 결국 잦은 매매로 이어지고, 이는 반복적인 손절과 재진입을 유발한다. 이번 조정장에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바로 이 패턴으로 큰 손실을 경험했다. 바닥에서 매도하고, 반등에서 다시 매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하나는 아예 시장에서 물러나 관망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초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며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투자자들은 전쟁 이후 재건, 에너지 등 구조적 테마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추이
코스피 지수 추이

변동성 장세의 본질…‘지수’가 아니라 ‘기업’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중요한 것은 지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수록 ‘기업의 본질’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시장이 급락할 때는 모든 종목이 함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차별화가 시작된다. 실적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반등에 실패한다. 결국 변동성은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가격 하락이 곧 기회가 되는 종목’을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히 많이 떨어진 종목이 아니라, 하락 이후에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년간 국내 증시를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그리고 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이전 사이클이 설비 증설 중심의 공급 확대였다면, 이번 사이클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구조적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즉, 기업들이 설비를 늘려서 만든 호황이 아니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가격 결정력이 공급자에게 집중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력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문제는 ‘이미 시장이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이다. 주도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과, 그 주도주에서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PB의 역할은 단순히 안전한 자산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데 있다.

ETF 시대, 보이지 않는 승자…에프앤가이드

이러한 맥락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기업은 에프앤가이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구조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6년 3월 기준 국내 ETF 순자산은 약 400조원에 근접하며, 전체 증시 대비 비중도 과거 8% 수준에서 13~16%까지 상승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규모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투자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개별 종목 선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ETF를 통한 분산 투자, 특히 액티브 ETF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이 흐름의 핵심에 있다. 이 회사는 ETF의 기초가 되는 지수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인덱스 사업을 영위한다.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ETF를 출시할 때, 해당 ETF가 추종할 지수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와 ‘고마진 구조’다. 한 번 개발된 지수는 추가 비용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ETF 자산이 증가할수록 수익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글로벌 인덱스 기업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아직 선진국 대비 낮은 비중에 머물러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에프앤가이드는 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 역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다.

에프앤가이드 주가 추이
에프앤가이드 주가 추이

반도체의 ‘숨은 축’, 씨엠티엑스

두 번째로 주목할 기업은 씨엠티엑스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수율’에서 결정된다.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불량률을 낮추는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수율 1% 개선이 수조원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한 장비 공급업체가 아니라, 수율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씨엠티엑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고객사의 기준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반도체 생산 효율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번 사이클이 공급 부족 기반의 구조적 호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반도체가 좋다’는 접근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활용하라

지금의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전쟁의 종료 시점도, 금리의 방향도, 시장의 저점도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시장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변동성은 투자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두려움 속에서 시장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 변동성을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저점을 맞추려 하기보다, 시장의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 그리고 구조적 변화의 흐름 위에 올라탄 기업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 유효한 전략이다.

결국 시장은 회복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모든 기업이 같은 속도로 회복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을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차이를 구별하는 안목이다.

황보원경 메리츠증권 상무
황보원경 메리츠증권 상무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