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13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중동 전쟁과 대만문제, 양국 통상갈등 해결 및 경제협력이었다. 대타협이나 공동성명은 없었으나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 대만 문제 등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으며 양국 간 관계 안정이 강조됐다. 두 정상의 발언과 의전 전반을 통해선 중국의 강화된 위상이 확인됐다. 또 두 패권국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제질서와 정세를 조정하고 경쟁과 협력, ‘거래’를 이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백악관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유지돼야 하며 이란이 결코 핵 무기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중동 문제가 회담 의제 중 하나였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 없이 “중국의 정책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라고만 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종전 지표이자 성과로 추진하려는 미국과,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대미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중국의 엇갈린 입장이 드러난 셈이다. 시 주석은 대신 대만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꺼냈다. 중국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의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다른 발언을 통해서도 양국이 대등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개척할 수 있는지 역사와 세계인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의 전면 대결 국면을 이르는 국제정치학 용어다. 시 주석은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별도 거론하지 않았으며, 테슬라·엔비디아·보잉·블랙록을 비롯한 정보기술·항공우주·금융 등 미 기업 최고경영자 14명과 동행해 회담장에 같이 앉았다. 중국 언론은 한반도 문제도 의제로 올랐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미중 정상회담은 국제질서 규범 대신 강대국의 힘이, 동맹·우방의 가치 대신 패권국의 이해 거래가 우선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로선 미중 간 통상·경제관계 변화에 따라 반도체, 인공지능, 조선, 철강, 이차전지 등 산업에 전방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술, 에너지, 방위의 자립과 자강 없이는 나라의 운명이 패권국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