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해 2개월 전 발표된 속보치보다도 0.1%포인트 높아졌다. 실질 GDP가 0.1%포인트 상향되면서 지난달 한은이 제시한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2.6%)도 2.7% 이상으로 높아질 근거가 마련됐다. 반도체 수출 단가 등 기업의 수출 가격 상승이 반영된 명목 GDP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0.5%로 집계됐다. 이는 중동 건설 붐으로 오일 달러를 쓸어담던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명목 GDP 증가율도 1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세기에 초고속 성장기였던 20세기에나 볼 수 있었던 두 자릿수 명목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
그러나 두 자릿수 명목 성장률의 온기가 민생 경제로 확산하려면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963달러로 12년째 3만달러대에 머물러 대만과 일본에 다시 뒤처졌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5257만원으로 전년(5027만원) 대비 4.6%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며 달러 기준으로는 0.3% 증가하는 데 그친 탓이다. 고환율은 올해 더 가팔라져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증시 등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가 더 많아지고 있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호황 지속으로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NI가 4만달러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어서 당초 예상했던 2028년 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 향방이 관건이다. 대만은 환율이 우리 보다 안정적이어서 이미 작년에 4만달러를 돌파했다. 고환율을 잡지 못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9.64%로 설정한 대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이 전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가계 소득이나 국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고용유발 효과가 제조업 보다 낮아 체감경기에는 아직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발 고물가 파고를 잘 타고 넘지 못하면 두 자릿수 명목 성장률의 의미는 희석될 수 밖에 없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를 자극하고, 고금리를 유발시켜 국민의 생활수준과 대외 구매력, 신규 투자를 두루 떨어뜨린다. 3고에 유능하게 대처해 명목 성장률이 내실의 옷을 입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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