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람 중심의 AI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늘의 노동시장은 세 개의 큰 물결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삼중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AI·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녹색전환, 여기에 저출생·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까지 겹치며 일자리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새 일자리 1억7000만 개가 생기는 한편 920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나는 일자리와 줄어드는 일자리가 갈리는 가운데, 그 충격은 청년과 중고령 노동자, 중소기업, 고탄소 업종 밀집 지역 등 취약계층에게 먼저, 더 무겁게 닿는다.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일자리 충격과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이 함께하지 않는 산업전환은 일자리와 기술 발전, 그 공존의 생태계마저 무너뜨린다. 전환을 위협이 아닌 모두의 기회로 바꾸려면, 노동이 함께하는 산업전환의 중장기 전략으로서 기본계획이 절실하다.

기본계획은 변화를 정확히 읽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 분석 틀을 우리 노동시장에 끼워 맞춰 온 탓에 우리나라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 산업과 직업의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잣대를 통해 어떤 일자리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호를 미리 읽어 앞서 대비하는 일이 먼저 요구된다.

전환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배울 기회를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빼앗는다”고 했다. 누구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직업훈련의 문턱은 낮추고, 그 기회는 더 많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에게 집중해야 한다. AI가 단순·초급 업무부터 대체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경력을 쌓아 올릴 사다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초를 다지는 교육에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는 길까지 잇고, 신입 단계의 일 경험 기회를 지켜 주어야 한다. 도전하는 청년에게는 창업이라는 또 다른 발판도 넓혀 주어야 한다.

안전망 역시 전환 시대에 맞춰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석탄발전처럼 충격이 집중되는 업종과 지역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두껍게 지원하고, 플랫폼·프리랜서처럼 기존 안전망 틀이 미처 품지 못한 노동자까지 보호의 울타리를 넓혀야 한다.

전환이 위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AI를 활용한 창업, 신산업과 녹색산업이 만들어 낼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적극 키우고, 사람들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본계획은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에 맞춰 거듭 다듬어 갈 출발점이다. 이제,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계약이 절실하다. 그 약속은 정부 혼자 완성할 수 없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끊임없는 대화로 신뢰를 쌓고 지혜를 모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전환의 길이 열린다. 거친 파도 앞의 위기를 ‘함께 도약하는 노동 있는 산업전환’을 통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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