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건비 싸움” 자영업자 경영부담 한계
가족경영 일상화…살인적 노동에도 수익 바닥
“최저임금 논의는 생존 문제” 고용축소 등 우려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결국 음식점은 인건비 싸움입니다. 일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저희는 오히려 최저임금 시급도 못 받는 셈이죠.”
딸과 함께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변모(61)씨는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영업 현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장들이 직원 대신 직접 매장에 나서고 가족까지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도 정작 자신의 소득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장님 최저임금 미달’ 현상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0%는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주 40시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알바 시급은 1만3000원, 사장 시급은 9100원”
변 씨는 한 달 14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매달 재료비 500만원, 임대료 200만원, 공과금 100만원 등을 고정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외에 최소 인력인 아르바이트 1명을 파트타임으로만 쓰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시급 13000원에 매일 2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한다. 인건비 52만원을 제외하고 나면 변씨와 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매달 약 548만원 정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변씨와 딸의 1인당 시급은 약 9133원 수준이다. 변씨는 “주방이모를 쓰려면 못해도 한 달에 월급을 300만원은 줘야 한다”며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크지만 둘이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광역시 계양구에서 카페를 개업한 김모(66) 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김씨의 월 매출은 1000만원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재료비 200만원, 월세 75만원, 공과금 10만원 등이 고정지출로 들어간다. 게다가 최근 카페를 창업한 김 씨는 본인을 도와줄 경험이 많은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을 두고 있다. 인건비만 매달 500만원 가량 든다. 김씨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15만원 수준으로 주6일 하루 8시간 가까이 일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안나오는 수준이다.
김 씨는 “아직은 창업 초기이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그 시간도 직접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장님들, 알바생보다 못 번다
변 씨와 김 씨처럼 실제 상당수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0%는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215만6880원·주40시간 근로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응답자의 25.2%는 이미 폐업을 고려할 정도의 한계 상황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1~3% 인상되면 14.6%, 3~6% 인상되면 12.0%가 폐업을 고민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현재 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에서는 86.0%가 자영업자의 의견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경제 상황을 고려한 인상률 제한’(24.3%),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21.9%), ‘사용자 지불능력 등 결정 기준 보완’(15.9%) 등이 꼽혔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보다도 현재의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을 감안한 속도 조절과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 완화와 세제·고용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용 축소와 가격 인상, 폐업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논의가 단순히 임금 인상 여부를 넘어 자영업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사장님이 숨 가쁘게 일해도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현주소”라며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무시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도출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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