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국세 수입이 ‘500조원+알파(α)’로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727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늘려 800조원대로 편성했다. 추가경정예산을 감안하지 않는 본예산이 1년간 10% 넘게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본예산이 10.6% 늘어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13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세수 증가분을 장기적 안목에서 관리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조성도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호남의 반도체 팹(공장) 건설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미래·청년·지방·교육 등 4대 분야 투자도 활성화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내년 예산안은 확장 재정 기조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이다. 이재명 정부는 작년 8월 올해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중기 재정 계획에서 총지출이 2027년 764조4000억원을 거쳐 2028년 802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800조원대 예산이 1년 앞당겨졌다. 반도체 초호황과 성장률 회복으로 내년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치인 412조원을 훌쩍 넘어선 500조원 이상이 예상되면서다.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모두 배분하는 대신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국민배당금, 민생지원금 등 추가 세수를 경기진작을 위한 마중물로 중시해온 이재명 정부가 모처럼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적극 재정을 활용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실용정부다운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추가 세수는 전 세계의 인공지능(AI)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에 쓰일 소중한 재원”이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중국은 152조원, 일본은 95조원, 미국은 80조원 등 주요국이 반도체 경쟁을 국가 생존이 걸린 전쟁으로 인식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교육교부금 개편을 통한 실탄 확보, 반도체 팹 속도전을 위한 원전과 용수 확충 등은 AI 대전환 시대 승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 투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한민국 경제가 터닝 포인트를 맞은 변곡점은 다섯 차례였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1986~89년의 3저(저유가·저달러·저금리) 호황, 1994~95년 1차 반도체 호황, 2004~2007년 중국 특수, 2017~2018년의 반도체 2차 호황이었다.
AI발 산업혁명의 기반인 메모리 반도체의 패권을 쥐고 있는 지금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새로운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야 미래·청년·지방·교육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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