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고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처벌과 제재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 그러나 비극은 반복된다. 접근금지 명령이 무색하게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의 주변을 맴돌고, 피해자는 보복의 공포 속에서 직장과 거처를 옮기며 스스로 사회적으로 격리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일상을 빼앗기는 기형적인 현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법조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스토킹 범죄의 본질은 ‘연속성과 집착’에 있다.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반복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개별 행위는 경미한 질서위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상대방의 거절을 인정하지 않는 통제 욕구와 집착이 있다. 형사사법기관이 각각의 행위를 단발성 사건으로 분절해 죄질을 판단하면, 위험이 누적되고 범죄가 고도화되는 과정을 놓치게 된다. 스토킹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학성과 폭력성이 강화되는 ‘일련의 위험 과정’으로 다뤄져야 한다.
현행법은 긴급응급조치와 접근금지, 유치장 유치 등 다양한 잠정조치 수단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초동 대응과 사법 절차 간의 구조적 단절’, 그리고 ‘제도는 존재하나 현장 집행력이 겉도는 현실’에 있다.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잠정조치 3호의2)이나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및 현행범 체포 제도가 있지만 비극이 이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차 동안 피해자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현장 경찰관이 인권 침해나 고소·고발 부담으로 인해 긴급응급조치와 현행범 체포를 적극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 집행력의 실질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첫째, 현장 경찰관의 ‘긴급응급조치 및 현행범 체포’의 적극적 행사와 소송 면책이다. 초동 현장에서 보복 징후가 보일 경우 긴급응급조치를 즉시 발령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수사 준칙의 적극적 적용이 필요하다. 현장 경찰관이 신속히 판단할 수 있도록 면책 규정과 명확한 현장 지침이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위치추적 잠정조치’의 즉시 집행 및 지능형 연계 체계 구축이다. 법원의 전자장치 부착 결정 즉시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 부착을 완료하는 절차 단축이 시급하다. 나아가 가해자가 피해자 진입 반경 내로 접근할 경우 지자체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CCTV)과 연계해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적하고 최단거리 순찰차가 즉시 개입하는 ‘2중 기술 차단막’을 작동시켜야 한다.
셋째, 초동 수사 정보의 사법적 통합 연계다. 최초 신고 당시의 위협 언행, 과거 폭력 이력, 조치 위반 여부 등이 검찰과 법원의 영장 및 잠정조치 심사 자료로 실시간 연동돼 사법적 판단의 속도를 극적으로 높여야 한다.
나아가 엄벌주의만으로 스토킹을 근절할 수는 없다. 형벌은 이미 발생한 법익 침해에 대한 사후적 응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거절과 관계의 종료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대를 소유나 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학교·군대·직장 등 일상적인 인권·인성교육 속에서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스토킹 대책의 패러다임은 피해자를 격리하고 숨기는 소극적 방식에서, 초동 단계부터 가해자의 위험성을 사법적·기술적으로 즉시 통제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존 제도의 맹점을 메우는 촘촘한 집행, 수사기관의 동적 위험성 평가, 신속한 사법적 판단, 그리고 치료와 재범방지 관리가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사슬로 연결해 비극으로 향하는 위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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