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시설장비 자율적으로 기재…정부 통계도 없어

전문가들 “메자닌 비난보다 안전 강화하는 해법 찾아야”

21일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
21일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물류센터의 복층 적재 구조인 ‘메자닌’ 구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조차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연합뉴스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물류센터 상당수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내부를 여러 층으로 나누는 ‘메자닌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층고가 높은 창고를 여러 층으로 나눠 적재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물동량이 많은 이커머스와 택배업계를 중심으로 활용 중이다.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물류창고업 등록 사업자는 시설·장비 현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이 정보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연계된다. 그러나 메자닌 구조는 등록 대상 필수 항목이 아니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등록 현황을 보면 쿠팡·무신사·SSG닷컴·뱅뱅어패럴 등 일부 업체 외에 메자닌 구조를 명시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메자닌을 사용하는 물류센터 수가 공시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화재 안전대책을 위해 실태조사와 통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메자닌 구조는 정부가 인증하는 스마트물류센터에도 폭넓게 적용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CJ대한통운·한진 등 주요 물류기업의 대형 허브터미널은 물론, 일부 유통기업 물류시설도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과 UPS 등 해외 주요 물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메자닌 구조 자체를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를 아예 막을 수 없듯 물류창고에서 화재 발생을 아예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며 “메자닌 구조 안에서 현실적인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메자닌 구조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방화구획과 스프링클러, 연기 배출 설비 등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메자닌 구조를 금지하기보다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자닌은 공간 효율성과 물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인 만큼 단순히 구조를 없애는 접근은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이번 (쿠팡) 화재를 계기로 메자닌 구조의 현황과 안전관리 실태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