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용도·지역 따라 더하고 빼게
불가피하게 비워둔 집 ‘거주용’ 인정
세금으로 부동산 정책 전환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초고가·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세 부담 강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계기로 같은 1주택이라도 주택 가격과 거주·이용 목적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향이 뚜렷해졌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도 함께 손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7일 추가 대토론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이어갈 예정인 가운데 실거주·거주용 주택의 판단 기준과 초고가 주택의 기준, 추가 세부담 수준 등을 둘러싼 후속 논의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5면
이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며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로 강화할지, 어떤 차등을 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부동산 보유세를 정상화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시장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집값 불안에 대비해 보유세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일반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기본 세 부담을 정한 뒤 주택 가격과 거주 목적, 지역, 보유 형태 등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1주택을 기준으로 실거주·거주 용도일 경우에는 감해주고 또 서민용·중산층용이라고 하면 보호하는 측면에서 약간 감해주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방은 배려해주고 반대쪽으로 호화주택·다주택, 그리고 진짜 명백한 투기용 이런 경우는 가중 요소인데 단계적으로 차등을 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대신 ‘거주용’ 또는 ‘주거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는 “거주용으로 가지고 있는데 잠깐 다른 사정 때문에 비거주하는 것이라면 실거주와 똑같이 (혜택을) 취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정책 결정이나 표현을 할 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유세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리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현재의 세 배는 올려야 한다”며 “세 배를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타협을 해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거주용’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에 주목했다. 김 위원은 “실제 거주 여부뿐 아니라 거주 목적으로 취득한 주택인지까지 판단 기준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직장·교육 등으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도 거주 목적이 인정되면 실거주와 유사하게 취급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방 주택을 별도로 배려하겠다고 언급한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개편은 일괄적인 증세가 아니라 대상별로 세 부담을 달리하는 ‘핀셋 과세’에 가깝다”며 “주택 가격과 이용 목적, 지역 등을 함께 고려하는 차등 과세 체계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보유세 체계를 만들려면 특정 시기에 세 부담을 급격히 높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제를 부동산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공급·유동성 정책을 뒷받침하는 보완책으로 운용하고 취득세·양도소득세와 함께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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