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피지컬AI 전진기지
기술 찾고 인재 키우고 과학 심고
9월 글로벌 기술인재 발굴
익스플로라토리움과 과학 협력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 연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 미래 기술을 발굴하고 연구개발 조직과 글로벌 인재를 한데 모아 피지컬 AI를 선도할 기반을 다진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실리콘밸리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기술 발굴과 연구개발, 인재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편 과학·문화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창의적 탐구 문화까지 국내에 확산하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이 피지컬 AI 비전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실리콘밸리에 구축해 온 혁신 생태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기기의 지능화에서 출발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도시 인프라 전체를 AI로 연결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의 제조·모빌리티·로봇 기술에 엔비디아와 웨이모, 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소프트웨어와 AI 인프라, 알고리즘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실리콘밸리를 단순한 기술 탐색 무대가 아니라 피지컬 AI 기술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이를 이끌 인재까지 확보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 크래들서 AVP까지…현지 기술 확보 거점 확대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와의 접점은 2011년 설립한 ‘현대 벤처스’에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벤처스를 2017년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인 ‘현대 크래들’로 확대·개편했다.
현대 크래들은 AI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기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이들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해 실리콘밸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그룹 연구개발 및 신사업에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산하 조직인 ‘AVP 실리콘밸리’를 신설하며 현지 연구개발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AVP 실리콘밸리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기술을 차량 플랫폼과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거점이다. 세계적인 기술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밀집한 실리콘밸리의 자원을 활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조직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제레미 마 전무가 이끈다. 제레미 마 전무는 UCL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애플,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 엔비디아 등을 거쳤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비전 기술,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연구개발을 이끌 예정이다.
현대 크래들이 외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면, AVP 실리콘밸리는 이를 실제 차량과 로봇, 모빌리티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축이다.
9월 테크 포럼 개최…글로벌 인재까지 직접 발굴
현대차그룹은 기술 거점 구축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를 이끌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오는 9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HMG 테크 탤런트 포럼’에는 AI와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미래 모빌리티 등 핵심 기술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이 참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자리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과 주요 기술 성과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그룹 주요 경영진 및 연구개발 인력과 직접 교류할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채용 설명회를 넘어 글로벌 인재들과 미래 산업의 방향성과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포럼과 연계해 그룹 최초의 통합 채용 프로그램인 ‘HMG 글로벌 테크 탤런트 채용’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포럼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피지컬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협업으로 이어질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 크래들과 AVP 실리콘밸리가 기술과 연구개발을 위한 물리적 기반이라면, 테크 탤런트 포럼은 그 안에서 혁신을 만들어갈 인재를 확보하는 작업인 셈이다.
과학관 협력으로 혁신 토양 국내 이식
실리콘밸리 구상의 범위는 첨단 기술과 인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샌프란시스코의 과학·문화 기관과도 손잡고 창의성과 탐구 중심의 혁신 문화를 국내에 확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의 세계적인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실험하는 체험형 전시를 통해 과학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는 과학관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2032년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에 체험형 과학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의 뿌리인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다. 샌프란시스코 혁신 생태계가 가진 탐구 정신과 실험 문화를 국내에 옮겨와 과학과 기술, 사람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이 실리콘밸리에서 펼치는 활동은 유망 스타트업 투자와 미래 기술 연구개발, 글로벌 인재 확보, 기초과학 문화 확산으로 이어진다. 기술과 인재를 단기간에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혁신이 지속해서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인류와 미래 사회에 기여할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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