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로 변신한 410호 회의실

정책 쉽게 풀어내며 10만 구독자 돌파

유인석 서기관 기획·대본·출연까지

“참여·공감 바탕 1등 채널로 만들 것”

유인석 중소벤처기업부 서기관은 중기부 공식 유튜브채널을 담당하고 있다. ‘머니포차’로 딱딱한 정책 이야기를 풀어내 최근 구독자수 10만을 돌파했다.  부애리 기자
유인석 중소벤처기업부 서기관은 중기부 공식 유튜브채널을 담당하고 있다. ‘머니포차’로 딱딱한 정책 이야기를 풀어내 최근 구독자수 10만을 돌파했다. 부애리 기자

23일 찾은 정부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 4층, 평범한 사무실이 늘어선 복도 중앙에 위치한 410호의 문을 열자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정부 부처 한가운데 갑자기 포장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간판에 적힌 이름은 ‘머니포차’. 돈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을 편안하게 소개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중기부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다.

평소에는 대변인실 회의실이자 직원 휴게공간으로 쓰이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정책 담당자와 기업인이 이야기를 나누는 ‘깜짝 포장마차’로 변신한다. 이곳은 촬영이 없는 시간에는 회의실로 쓰이고, 평소 직원들이 차를 마시거나 점심을 먹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별도의 대규모 스튜디오를 조성하기보다는 기존 공간을 실용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공무원 조직 특유의 ‘가성비’가 묻어난다.

이곳에서는 중기부 정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 ‘머니포차’가 촬영된다. 진행자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중기부 대변인실에서 디지털 홍보를 맡고 있는 유인석 서기관(45)이 직접 카메라 앞에 앉는다. 유 서기관은 채널 운영부터 콘텐츠 계획 수립, 기획, 대본 작성, 진행까지 사실상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머니포차 역시 그가 직원들과 함께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콘텐츠다.

유 서기관은 “정부 정책 홍보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친숙하고 서민적인 공간인 포장마차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를 기획했다”라며 “정책 담당자나 기업들이 직접 출연해 관련 정책을 소개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공무원끼리 마주 앉아 정책 내용만 주고받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책 설명 영상에 머물렀다. 유 서기관은 “처음에는 정책 담당자와 제가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지만 정책 이야기만 하다 보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라며 “이후 정책을 활용한 기업을 초대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기업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뒤, 성장 과정에서 도움이 된 정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인기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유 서기관은 공직 생활 17년 차, 대변인실 근무 7년 차다.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자로 나선 이유에 대해 그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 누군가 직접 출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기획자인 저 자신을 배우로 넣게 됐다”며 “중기부 1호 인플루언서라는 마음으로 출연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내부 직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정부 부처 공식 SNS라고 해서 소속 직원들이 반드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료 공무원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영상이 늘어나면서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콘텐츠와 정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 서기관은 “직원들이 출연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부에서도 관심이 높아졌고, 정책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중기부가 유튜브 콘텐츠에 힘을 주는 배경에는 정부 홍보 환경의 변화가 있다. 과거 정부 정책 홍보가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개인의 캐릭터를 앞세운 충주시 유튜브 ‘충TV’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른바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주무관의 등장 이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도 정책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부 업무평가에서도 소통 역량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중앙부처는 매년 정부 업무평가에서 정책 소통 분야를 평가받는다. 유튜브 하나만으로 평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 채널의 콘텐츠 반응과 운영 성과도 평가에 반영된다.

중기부는 지난해 ‘대한민국 SNS 대상’에서 정부부처 부문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구독자 수 10만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전통 설화를 창업 이야기로 재해석한 ‘K-고전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5편 합산 2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콩쥐가 창업한다면’ 등 익숙한 고전 속 주인공이 창업에 도전한다는 설정이 인기를 끌었다.

유 서기관의 목표는 중기부 유튜브를 장관급 중앙부처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채널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19개 장관급 부처 가운데 구독자 기준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단순 구독자 수뿐 아니라 조회 수와 댓글, 공유 등 국민 반응까지 포함해 손에 꼽히는 채널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단순히 구독자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도와 반응도까지 고려해 중앙부처 1등 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