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업계 ‘역대급 하투’ 불안 고조
HD현대重 하청노조 조정 신청…파업 명분쌓기
‘조정중지’ 한화오션, 급식업체까지 전면전 방침
현대차도 울산 지노위 판단에 노사 모두 불복
1168개 하청 노조, 441개 원청에 단체교섭 요구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의 영향으로 올해 역대급 하투(夏鬪)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하청 비율이 높은 자동차·조선 업계가 노란봉투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데 벌써부터 이들 업체들 중심으로 강대강 대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 하청 근로자와 교섭을 해야한다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노사 모두 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다음달 첫 회의를 열고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재심사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에 이어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하청노조도 파업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HD현대重 하청 노조 “수차례 공문에도 원청 교섭 이뤄지지 않아”=2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핪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내달 중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조정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에 수차례 교섭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 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8월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조정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 신청은 통상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밟는 절차다. 노사 간 교섭이 교착 상태일 때 노사 중 한쪽이 노동위원회에 신청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으면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하청노조들은 앞다퉈 파업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재로서 파업 전운이 가장 짙은 곳은 한화오션이다. 하청노조 가운데 가장 먼저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생산직 하청을 포함, 사내 급식업체까지 공동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 하청까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올해 조선업계 하투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조선 업계는 하청 인력 비중이 높아 생산 차질 타격이 예년보다 더 클 수 있다. 원청으로부터 사용자성 인정을 받은 하청이 파업을 벌일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율촌 송연창 변호사는 “그동안은 하청 파업 때 다른 하청을 임시 고용하는 식으로 원청이 대응해 왔는데, 사용자성이 인정된 상태에선 이런 대응이 법적으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청노조의 파업 움직임은 타업계로도 속속 번지고 있다. 이달 들어 포스코 하청노조도 파업권을 확보했으며, 건설 업계 하청업체가 다수 소속된 플랜트건설노조도 이달 중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본격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하투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표하고 있다.특히 내달에는 조정 신청이 빗발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은 노사 간 교섭 시도가 일정 수준 누적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월 노봉법 통과 이후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노조가 10여차례 이상 교섭 요구를 쌓은 후 하반기 들어 조정 신청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임금 30% 인상과 함께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연말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현대차 노사 모두 하청 사용자성 판단 불복…모호한 규정에 노사분쟁 빈번=이와 함께 재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3일 중노위에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재심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오는 8월 10일 첫 심문회의를 열고 양측의 주장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공고 시정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울산지노위는 직군에 따라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달리 판단하고 교섭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도 한정했다.
울산·전주·아산공장 사내 하청 근로자들과 외주 업체 소속인 구내식당 근무자, 공장 보안·경비 요원들에 대해선 현대차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현대차가 소유하고 있는 작업 공간, 시설에서 근무하며 원청의 기준 및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판매대리점 소속인 카마스터(영업사원)에 대해선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별도 사업자인 대리점이 독립된 공간을 운영하면서 사원 모집, 인원 운영, 보수 지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울산지노위는 노조가 요구한 모든 의제가 교섭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청의 생산 계획이나 시설·설비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의무실 및 휴게공간 제공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 부문의 교섭 의제까지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현대차는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고용 관계가 없고 임금, 인사 등 핵심 근로 조건을 각 협력업체가 결정한다는 점을 들어 사용자성을 부정해 왔다. 울산지노위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불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노조 측은 카마스터 역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의제를 산업안전 전반으로 확대해달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현대차에 대해선 지노위 결정에 따라 교섭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거세지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1168여개의 하청 노조가 441개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단체 교섭을 요구하며 산업계 전반으로 노사 대립이 번지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불확실성과 개념의 모호성,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범위의 과도한 확대, 손해배상 제한 설계의 결함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사 간 분쟁을 일으키는 법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원·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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