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올해 1·3·4·6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유가 급락 덕에 전월 대비 0.4% 하락(전년동월 대비 3.5% 상승)한 게 동결쪽으로 기운 배경이다. 다만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것과는 달리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이 3명 나오면서 물가에 대한 연준 내부의 경계 심리가 한층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이란전과 글로벌 관세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연준의 결정에 ‘매파적 동결’이란 수사가 붙는 이유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을 위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지난 5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일부 가계와 기업, 시장 전문가들에게 연준의 암묵적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를 약간 상회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남겼다”며 “FOMC에서 유연한 암묵적 목표치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의 목표치만 존재한다. 그것은 2%”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연준에서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 나왔지만 물가 2% 목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만큼 다음 9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시장도 인플레 압력를 누르기 위한 금리인상을 실기하지 말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날 미 국채금리는 중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특히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를 돌파하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금리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0.06%포인트 오른 4.66%를 기록했다. 뉴욕 3대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연준의 미온적 대응이 되레 인플레 공포감을 자극한 것이다.

미국-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쌍 전쟁’ 장기화도 인플레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29일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기습공격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이란을 두들겨 팰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지시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이 다시 고조됐고, 국제 유가는 뛰어올랐다.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7.9% 급등한 배럴당 90.74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6% 오른 배럴당 84.46달러에 마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28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했고, 북한군의 러시아 2차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양국이 끝모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매파적 금리 동결과 채권시장 동요, 유가 불안은 고물가에 대한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3년 반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으로서는 더 결연한 행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