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때 2800선에 머물던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수익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화려한 상승의 이면에는 더욱 커진 위험이 숨어 있다.
투자자들은 흔히 수익률에 집중하지만, 진정한 투자 성패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투자 손실 가능액을 나타내는 위험가치(VaR) 분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000만원 투자 기준 99% VaR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 77만6000원 수준에서 정부 출범 이후 106만2000원으로 증가했고,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491만8000원까지 폭증했다. 이는 현재 1000만원 투자했을 때 극단적 상황에서는 투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491만8000원의 손실이 한 달 안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주식시장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군집 행동과 감정적 투자 성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전통적인 재무지표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투기 심리와 과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신용거래 증가, 매매 동조화, 공포·탐욕 심리, 옵션시장 위험 신호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한국 증시의 투기 강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투기 지표를 개발해 주식시장을 분석해 보았다.
실증분석 결과, 현재 한국 증시는 매수·매도 동조지수가 최근 수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군집적 매수세가 크게 강화됐으며, 주가 상승에도 높은 변동성과 큰 낙폭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기존 심리 지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수급 및 파생시장 위험 신호까지를 포착해 투기지수를 분석한 결과, 현재 주식시장은 완연한 투기 시장이 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아니라 더 체계적인 위험관리 태도다. 첫째,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둘째, 변동성과 VaR를 활용해 감당 가능한 손실 규모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셋째, 분산투자와 손절매 기준, 레버리지 제한, 현금 보유 원칙 등을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넷째, 정기적인 점검과 리밸런싱을 통해 위험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투기 시장에서 나타나는 시장 심리에 휩싸이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관리 기법은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어려운 요구일 수 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금융당국이 책임지고 위험관리에 대한 교육과 안내를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투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아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투자는 수익률의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경쟁이다.
시장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위험관리 없는 투자는 투기다. 따라서 개미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 하나다. 위험관리는 수익을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의 수익 기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롤러코스터 주식시장은 높은 수익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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