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 권위의 미국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전 세계 78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BTS의 곡 ‘에일리언스’(Aliens)가 깜짝 1위를 차지했다. BTS 스스로를 ‘에일리언스(이방인)’라 표현하며 서양인들과 다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노랫말이 주는 메시지를 팬들이 응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가요계에 따르면, BTS의 5집 수록곡 ‘에일리언스’가 전 세계 78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노래는 BTS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으로 활동하며 가진 정체성에 대한 생각과 포부를 밝힌 노래다. 가사에는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며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우리의 다른 모습과 생각이 곧 특별함’이란 메시지가 담겼다. BTS는 이 곡에서 자신들의 성공에 의구심을 품는 서구 주류 음악 시장을 향해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곡이 갑자기 1위를 차지한 것은 전날 BTS가 내년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TS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정규 5집 ‘아리랑(ARIRANG)’과 모든 음원의 출품(Submission)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BTS가 보이콧을 선언한 직접적 계기는 그래미 측이 최근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케이팝 등 아시아 음악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 부문은 발표 직후부터 ‘포용과 분리’의 논쟁을 불러왔다.
그래미는 이전부터 케이팝에 유독 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BTS는 2019년 그래미 어워즈의 ‘최우수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나섰고,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는 못했다. 올해는 로제의 ‘아파트’(APT.)가 무관에 그쳤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OST 부문에 해당하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1개 부문만 수상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BTS의 보이콧에 그래미 측은 29일(현지시간)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 명의의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성명에서 “BTS가 그래미 어워즈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지만, 음악 창작가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해명을 하고 싶다며 “아시안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는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탁월성을 기리기 위해 신설됐다. 이 부문은 중요한 아티스트들을 특별히 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 결코 구분 지으려는 것이 아니고, 1만5천명의 그래미 투표인단의 인정을 받는 대상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슨 CEO는 또 “팝이나 재즈, 컨트리뮤직 등 장르 카테고리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와 같은 본상(General Field) 부문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티스트는 두 부문을 얼마든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미는 지역이나 언어에 상관없이 회원 구성과 시상의 범위를 넓히고 글로벌 음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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