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파업 설명회 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례 공유
양사처럼 성과급 상한 폐지·이익배분 확대 촉구
TSMC 이어 성과급 갈등 확산…대만 반도체도 노조 움직임 거세져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반도체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성과급 갈등이 해외로도 퍼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노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며 파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성과급 지급 방식을 변경하라는 게 골자다.
3일 업계와 대만 경제매체 자유재경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지난달 30일 인공지능(AI) 호황 속 보너스 문제를 논의하고 파업 정보를 공유하는 ‘노조 파업 설명회’를 열었다.
노조는 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과 파업 과정을 공유하며 마이크론의 성과급 제도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합리적인 이익 배분을 요구하기 위한 행동 방안’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삼전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한 점과 ‘영업이익의 N%’에 달하는 재원을 성과급으로 마련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IPP(Incentive Pay Plan)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별로 정한 목표 성과급에 회사·조직·개인의 성과 달성률을 반영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연간 인센티브 제도다. 다만 지급액이 목표 성과급의 최대 200%로 제한돼 있어, 실제 수령액도 사실상 월급 약 5개월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또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도도 있지만, 소수의 핵심인재에게만 지급돼 인센티브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런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IPP 제도는 SK하이닉스와 TSMC의 이익·성과 배분 방식을 참고해 변경하고, 한국의 삼성전자처럼 연간 상여금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지금보다 성과급을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삼고, 성과급 지급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해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성과급 상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마이크론 직원들은 “마이크론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직원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응하고 있다. 이런 불만에 동의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약 500명에 불과했던 마이크론 노조는 1년도 안 돼 4000명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고 한다.
삼전닉스의 억대 성과급 합의 소식에 지난 5월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서도 성과급 갈등이 벌어졌다. 1분기 약 27조원을 벌어들였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최대 15% 삭감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내부 구성원의 불만이 커졌다.
사내에서는 사실상 금기시됐던 노동조합 설립과 파업 압박 끝에 성과급 합의안을 이끌어 낸 삼성전자 노조의 사례를 들며 파업 필요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됐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자 웨이저자 회장은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임직원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올해 성과급은 전년보다 30%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웨이저자 회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서 “(삼성전자 메모리는) 지난 5년 중 4년동안 적자를 기록했고, 흑자를 낸 해는 단 1년 뿐인데 직원들이 어떤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반면 TSMC는 장기적인 지속가능 경영에 집중하며 직원 보너스를 매년 인상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높은 업무 강도에도 노조 설립이나 파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공내전 이후 노동운동을 좌파·공산주의 활동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형성됐고,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강한 경계심과 맞물려 노조 결성을 꺼리는 문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대만 반도체 종사자들은 스스로 ‘노예’라고 부르면서도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일례로 TSMC 엔지니어는 하루에 기본 12시간에서 16시간을 일하며, 주말에도 고객사의 요청이 있으면 바로 출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가 성과급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TSMC와 마이크론 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노조 조직과 파업을 통해 회사의 성장 성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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