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전기차 점유율 5년새 3 → 35%
美, 같은 기간 0.1→0.3%
美 127.5% 관세로 ‘철벽 방어’
中 승용차 수출 5년새 60만→574만대 급증
BYD·지리·체리 등 해외 생산거점도 확대
국내 업계 “대응 늦으면 경쟁 기반 흔들릴 것”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과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각각 35%, 0%를 기록하며 극명하게 갈렸다. 중국차 진입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방어벽의 높이’가 시장 판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BEV) 시장 규모는 22만177대로, 이 가운데 중국산(중국 생산 테슬라 포함) 전기차는 7만4728대다. 점유율은 33.9%에 달한다.
2020년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 판매는 1314대, 점유율은 2.8%에 불과했다. 불과 5년 만에 판매 비중이 31.1%포인트 뛰며 12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35%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 2020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은 231대로 전체 25만9210대의 0.1%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BEV 시장이 124만3850대로 약 5배 커지는 동안 중국산 판매는 4154대에 머물렀다. 점유율은 0.3%로 5년 동안 고작 0.2%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0%에서 25.6%, 유럽은 4.2%에서 20.9%로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크게 늘었다. 주요 시장 가운데 미국만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의 침투를 차단한 셈이다.
중국차 판매 금지에도…美 딜러업계 “반드시 막아라”
최근 눈에 띄는 점은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0.3%에 불과한 미국에서 오히려 추가적인 ‘중국차 봉쇄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해외 자동차 브랜드 딜러들을 대표하는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이달 4일(현지시간) ‘No China Autos(중국차 반대)’ 캠페인을 시작하고,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입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AIADA에는 약 9400개의 딜러사가 소속돼 있다. 수입차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특정 국가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이크 대로우 AIADA 회장은 “중국 브랜드의 위협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과잉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저가 차량을 대량 공급하고 약탈적 수출 관행을 이어갈 경우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딜러 수익성 악화, 결국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딜러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크 스탠튼 NADA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NADA 이사진의 95%가 중국 업체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행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국가와 소비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목소리에는 중국 업체들의 불공정 경쟁을 막지 못하면 ‘다음 차례는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판매량은 올해 6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신차 5대 중 1대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중국의 승용차 수출은 2020년 60만대에서 지난해 574만대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09만대를 수출해 전년 동기보다 65% 늘었다.
127.5% 관세에 우회진출까지 차단…美 ‘겹겹 방어막’
미국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 장벽을 구축했다. 중국산 BEV 최고 관세율은 미국이 127.5%에 달한다. 2.5%의 기본관세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100% 추가관세와 232조에 따른 25% 관세가 더해진 수치다.
그러나 관세 장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기업이 제3국에 공장을 지어 높은 관세를 우회하는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체리자동차의 장귀빙 사장도 최근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며 “적절한 시기가 오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를 희망한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자, 일부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은 수출 대신 현지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BYD와 지리, 체리, 샤오펑 등은 헝가리·스페인·브라질·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거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공개한 해외 프로젝트만 15개 이상이며, 투자 계획은 약 700억위안(약 15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중국 자본이 일정 수준 이상 들어간 기업의 커넥티드 차량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지리자동차가 대주주인 폴스타도 커넥티드카 규제에 걸려 2027년형 모델의 미국 판매가 제한됐다. 차량이 통신망과 연결되면서 위치와 운행 정보는 물론 사진·영상 등 각종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대응 늦은 유럽…韓 ‘골든타임’ 경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중국차 대응의 ‘골든타임’마저 끝나가고 있다는 경고다. 이미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 깊숙이 파고든 상황에서 대응이 더 늦어질 경우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반면교사’는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기본관세 10%와 업체별 상계관세를 더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최고 세율이 모든 중국산 전기차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상하이산 테슬라는 17.8%, BYD는 27% 등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최종 상계관세가 시행된 것은 2024년 10월로, 이미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뒤였다.
지난해 유럽 BEV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 비중은 20.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BYD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45.5%, 체리그룹은 305.8%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남미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 역시 국가 차원의 대응이 더 늦어진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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