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마라톤 교섭 끝 이견 좁혀…합의안 문구 정리
삼성전자 이어 하이닉스도 주식 지급 시 ‘뉴 노멀’
통합노조·주주 반발 여전…“주총 결의 없어 무효”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안건 등에 대해 대표자 교섭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조만간 잠정합의안 투표에 들어간다.
앞서 사측이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전액 현금에서 일부 주식 지급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하자 노조가 ‘투쟁’까지 언급하며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그러나 광복절 연휴 기간 마라톤 교섭을 통해 양측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SK하이닉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대표자 교섭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에는 노사 간 잠정합의안의 세부 문구를 정리할 예정이다. 다만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긴급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만간 긴급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이견 좁혔지만…통합노조 “주식 지급 시 반대 서명운동”
앞서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최태원 회장의 직접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사측이 결단을 회피한다면 투쟁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러나 지난 15~17일 마라톤 교섭에 임한 SK하이닉스 노조는 전날 “일부 제반 사항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세부 실무 검토를 남겨두고 있으나 주요 안건에 대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며 “교섭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통합노조 출범에 따른 내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전임직 이천·청주 노조와 기술사무직 노조 등 기존 3개 노조가 각각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는 복수노조 체제다.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는 그동안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대의원 투표를 통해 결정해왔다.
그러나 사측이 지난해 맺은 노사 협약에 역행하는 안을 제시했음에도 기존 노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폭발하며 전임직과 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가 출범했다. 통합노조는 19일 오전 기준 조합원 3000명을 돌파하며 기존 기술사무직 노조 규모를 넘어섰다.
통합노조는 과반 노조가 되지 못하더라도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등 지난해 합의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구성원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發 성과급 논쟁 다시 촉발…산업계 ‘뉴 노멀’ 촉각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며 산업계에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의를 촉발했다. 이번 잠정 합의안 역시 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진통 끝에 지난 5월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사업성과의 10.5%로 정하고,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 노조까지 자사주 지급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둘러싼 새로운 기준이 정립되는 셈이다.
주식 지급 방식은 회사 입장에서 대규모 현금 유출을 줄이고 임직원 보상을 장기 기업가치와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직원들의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직원이 주가 하락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매도 제한까지 적용되면 보상의 실질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등 요소가 다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 반발 여전…“주총 결의 없어 무효”
주주 반발도 예상된다.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할 경우 주주환원에 쓰일 수 있는 자사주가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라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양사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익처분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주총 결의 없이 성과급 협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규모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때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검토·의결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1인당 ‘억’ 수준으로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는 ‘반도체 초과이윤 분배’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대만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얻은 과실을 전 국민과 나누겠다며 1인당 약 44만원 가량의 ‘AI 보너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2조달러를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 GDP보다 더 큰 규모”라며 “이미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업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다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쟁의행위 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혼란이 있는 만큼 이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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