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에 인수한 에스텍에코 폐합성수지 연료화 사업 확대
폐알루미늄 유통 키운 에스닥스, 올해 매출 1000억원 전망
에스텍시스템, 올해 코스피 상장 준비…투자 여력 확충 기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경기 화성시 에스텍에코 사업장 철문이 열리자 폐비닐과 플라스틱이 뒤섞인 폐합성수지 더미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성인 키의 두 배를 훌쩍 넘는 4~5m 높이였다. 버려진 포장재와 비닐 조각이 한데 엉킨 모습만 보면 쓰레기 산에 가깝다. 그러나 이곳에서 폐기물은 매립장으로 가지 않는다. 선별과 파쇄를 거쳐 시멘트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연료로 바뀐다.
사업장 안쪽에서는 대형 크레인 한 대가 쉼 없이 움직였다. 집게를 벌려 폐기물을 한 움큼 집어 올린 뒤 대형 설비의 투입구에 쏟아부었다. 폐기물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공장 안을 채웠다. 폐기물이 연료로 바뀌는 첫 관문은 선별이다. 고철은 자력으로, 플라스틱 선별은 바람을 불어 걸러낸다. 병과 철, 재활용 가능한 품목은 각각 분리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가연성 폐기물은 작은 조각으로 파쇄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유연탄을 대신하는 시멘트 소성로와 발전소의 연료로 공급된다.
설비 자동화율은 약 90%다. 비슷한 규모의 선별장을 과거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컨베이어벨트 양옆에 작업자들이 늘어서 일일이 폐기물을 골라내야 했다. 현재 필요한 선별 현장 인원은 6~7명 수준이다. 에스텍에코 관계자는 “과거엔 비슷한 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려면 20명은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자동화가 상당부분 적용됐다”고 말했다.
대신 컨베이어벨트에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큰 폐기물은 작업자가 따로 골라 절단해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지정폐기물이나 액체가 남은 용기 등이 섞여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같은 플라스틱 용기라도 내용물이 남아 있으면 처리 방법이 달라진다. 현장에서는 폐기물을 받을 때마다 발생 사업장과 성분, 상태를 먼저 따지는 이유다.
에스텍시스템, 자원순환 기업 ‘에스텍에코’ 인수
에스텍에코의 사업 구조는 기업으로부터 폐기물을 반입하면서 처리비를 받는 구조다. 이를 선별·파쇄해 연료 형태로 만든 다음 시멘트사나 발전소로 보낼 때는 에스텍에코가 처리비를 부담한다. 반입할 때 받은 돈과 최종 처리에 지급한 돈의 차이에서 운송비, 인건비, 설비 유지비를 제외하고 수익을 남긴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률은 두자리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폐기물이라고 모두 같은 가격을 받는 것도 아니다. 비닐과 플라스틱 비중이 높고 이물질이 적으면 발열량이 높아 좋은 연료가 된다. 음식물과 금속, 토사가 많이 섞이면 선별 비용과 기계 마모가 늘어난다. 시멘트사가 원하는 수준의 열량이 나오지 않으면 유연탄을 추가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시멘트사에 지불해야 하는 처리비용도 높아진다.
에스텍에코는 아직 몸집이 큰 회사는 아니다. 연간 환산 매출은 30억원 수준이다. 폐기물의 반입량과 최종 처리처 가동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는 점은 변수다. 에스텍에코 관계자는 “시멘트사와 발전소가 보수에 들어가는 1~2월과 7~8월에는 반입 물량이 줄어드는 계절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텍시스템은 지난해 약 40억원을 투입해 에스텍에코를 인수했다. 기존 시설 한 곳의 매출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안과 시설관리 중심이던 회사의 사업 영역을 환경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투자였다. 에스텍에코는 현재 화성지역에 추가 재활용 선별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사업장에 들어오는 물량을 모두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서 파쇄에 폐알루미늄 유통까지…사업영역 넓히는 에스닥스
에스닥스는 폐알루미늄과 보안문서 파쇄가 주 업무 영역이다. 에스닥스는 에스텍시스템 내부 사업부문이다. 출발점은 자원 유통보다 보안에 가까웠다. 2005년 문서 파쇄 사업을 시작한 뒤 하드디스크와 반도체 웨이퍼, 디스플레이 패널 시제품 등으로 처리 대상을 넓혔다. 폐기 대상에 남은 정보를 읽을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 파쇄한 뒤 종이와 금속, 실리콘 등 회수 가능한 자원을 다시 산업 현장으로 보낸다.
문서 파쇄의 핵심은 보안 유지다. 그러나 에스텍시스템처럼 보안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아니면 돈을 더 벌기 위해 파쇄 보다 원지를 그대로 제지사에 납품 할 개연성 있다는 점이다. 에스닥스 관계자는 “종이를 갈아서 제지사에 가져다주면 매출 단가가 떨어진다. 이유는 제지사가 종이를 재활용할 때 ‘로스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파쇄 안된 원지를 제지사에 팔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일부 회사들은 이 때문에 아직도 파쇄보다 원지를 다시 팔아 돈을 더 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에스닥스 문서 파쇄 현장에는 파쇄기뿐 아니라 폐기물 보관구역과 작업라인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고객사 담당자가 작업을 CCTV를 통해 파쇄 여부를 지켜보기도 한다. 차량이 사업장을 출발한 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위치를 확인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운영한다. 현장파쇄 차량 11대와 보안호송 차량 10대, 로컬파쇄기 3대 등을 운영한다. 센터 반입 물량을 포함한 문서 파쇄량은 연간 약 1만톤이다.
보안 파쇄에서 쌓은 거래처 관리와 자원 회수 경험은 알루미늄 사업으로 이어졌다. 에스닥스는 산업체와 가정에서 나온 폐알루미늄 스크랩, 이를 녹여 괴 형태로 만든 인고트, 액체 상태의 용탕을 유통한다. 샷시와 알루미늄 조리도구, 산업용 가공칩이 합금공장을 거쳐 자동차 부품 원료로 되돌아가는 구조다.
에스닥스는 직접 용광로 공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대신 중소 합금업체가 생산한 인고트(고체 상태)와 용탕(액체 상태)을 자동차 부품업체에 공급하며 물량과 품질, 결제를 관리한다. 제조시설 없이 시작한 탓에 시장에 진입하는 데만 3년가량이 걸렸다. 합금업체는 에스텍시스템이 실제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의심했고, 자동차 부품업체는 생산공장이 없는 유통사를 공급망에 넣는 것을 꺼렸다.
거래의 물꼬를 튼 것은 결제 속도였다. 중소 합금업체는 폐알루미늄 스크랩을 대부분 현금으로 사들인다. 반면 자동차 부품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기까지는 한두 달이 걸릴 수 있다. 운전자금이 부족한 업체는 주문을 받아도 원재료를 사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에스닥스는 납품 물량이 검수를 통과하면 이르면 다음 날 합금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에스닥스 관계자는 “작은 합금공장이 두 달치 납품대금을 깔고 가기는 어렵다. 스크랩 업체는 일주일 안에 돈을 받지 못하면 물건을 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현금을 지급하면서 10년 동안 거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에스닥스의 알루미늄 관련 매출은 올해 1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월 납품량은 인고트 1000~1400톤, 용탕 600~700톤, 스크랩 500~800톤 수준이다. 인고트는 합금업체 8곳에서 생산해 자동차 부품업체 9곳가량에 공급한다.
IPO 준비중인 에스텍시스템… 보안회사에서 자원순환 기업으로 ‘변신’
환경사업으로의 영역 확장은 에스텍시스템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와도 맞물려 있다. 에스텍시스템은 미래에셋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와의 사전 협의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7월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지난해 에스텍시스템은 매출 7316억원과 영업이익 307억원, 당기순이익 271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 창구가 넓어지면 환경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커질 전망이다. 에스텍에코 사업장을 하나 늘리려면 폐기물 처리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지은 뒤 선별·파쇄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 사업장도 부지 확보부터 허가와 시설공사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자동선별 설비에만 2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만큼 내부 현금만으로 사업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모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향후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확정될 사안이다. 다만 에스텍시스템이 신규 시설 투자와 추가 인수·합병, 환경사업 거점 확충을 추진할 경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성장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에스텍에코의 추가 선별장과 재생에너지 사업, 에스닥스의 자원유통 품목 확대 등이 투자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스텍시스템은 상장을 앞두고 지배구조 정비도 진행했다. 감사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했다. 종업원지주회사로 성장해온 회사가 외부 투자자의 평가를 받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환경사업은 아직 에스텍시스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두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에스텍시스템이 기존에 확보한 신뢰와 자금력, 대기업 고객망을 자원순환 시장에 옮겨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닥스는 보안사업에서 쌓은 폐기 신뢰를 알루미늄 유통으로 연결했고, 에스텍에코는 폐기물을 실제로 반입하고 선별할 시설을 확보했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에스텍시스템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서 한 장을 안전하게 없애는 데서 출발했다면 이제는 그 문서와 금속, 플라스틱을 다시 산업에 투입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며 “보안회사에서 시작한 에스텍시스템이 상장을 앞두고 보여주려는 다음 장면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를 넘어, 버려진 자원이 다시 산업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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