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 ‘비용폭탄’ 우려

NH농협, 최소 2520억원 소요 추산

금감원 “금융사 검사에 역출장 불가피”

산은 노조 “부산 가면 10년 손실 7조”

사업기회 감소 우려…“퇴직 고민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연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연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금융기관에서 막대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옥 건립과 직원 정착에 수천억원이 드는 데다 이전 후 서울 출장과 거래·인력 이탈에 따른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60명 옮기는데 2520억…옮긴 뒤에도 ‘서울행 비용’=2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에 따르면 농협 측은 본사 이전에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축비가 2130억원 이상, 임직원 주거지원비가 39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추산한 실제 이전 가능 인원은 중앙본부 1167명 가운데 460명 수준이다. 이전 비용을 이전 가능 인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5억원이 넘는 셈이다.

금융 업무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이전 이후에도 출장·체류비 등 추가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총 707회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투입 인력은 연인원 2만8229명에 달한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 회사의 88.3%가 수도권에 있어 지방 이전 시 검사 인력이 다시 서울에 장기 체류하는 ‘역출장’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내놓은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에 따르면 1차 이전기관 가운데 수도권행 셔틀버스를 운영했거나 운영한 적 있는 기관은 60곳에 달했다. 2010~2025년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1989억9000만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추가 운영비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지방 이전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처 떠나고 사업 놓칠라=사옥 이전비와 반복되는 출장비보다 더 큰 부담은 거래처 이탈과 사업 기회 감소에 따른 수익 손실이다. 산업은행 노조가 2023년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산은의 재무손실을 7조39억원으로 추산했다. 수익 감소가 6조5337억원, 이전과 출장 등에 따른 추가 지출이 4702억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산은 거래처·협업기관 조사에서는 83.2%가 지방 이전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산은을 따라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겠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노조 관계자도 “(수은 역시) 방산·원전·대형 PF, EDCF 등 해외 정부나 발주처, 대사관과 직접 협의할 일이 많다”며 “상대방이 지방까지 오지 않는다면 결국 직원이 서울로 가야 한다. 교통비뿐 아니라 사업과 거래에서 배제될 수 있는 비용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접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산은 자회사 KDB비즈는 여의도 본점에서 약 260명이 시설관리·미화 등을 맡고 있고 수은 자회사 수은플러스에도 수백명이 근무한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본점이 지방으로 빠져나가면 본점 업무에 붙어 있는 자회사 직원들은 현재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노조 지방 이전 시 사직 여부 설문도=금융권에서는 비용 부담과 함께 구체적인 이전 지역 선정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와 운용사, 은행, 중개기관 등이 한곳에 모이는 것은 정보 교환과 대면 협업,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을 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관련 기관을 한데 모으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며 “기관을 부산과 나주 등으로 제각각 흩어 보낸다면 어떤 산업적 시너지를 기대하는지부터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금감원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본원 지방 이전 시 이직 여부’와 ‘본원 서울 유지의 타당성’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오전 11시30분 기준 약 1200명이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들의 이직 의향도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설문 결과는 오는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당연히 퇴사까지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다”며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라면 근무지가 서울이 아닌 경우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직원들도 적잖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의 경우 별도의 공무원 노조는 물론이고 직장협의회도 없는 상황이라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공개적인 반발은 못하고 있지만, 비공개 커뮤니티 등에서 각종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직원은 “일부 허리급 직원들은 지난해 금융당국 해체 논의가 나왔을 때부터 이직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며 “저연차 사무관이나 갓 전입온 직원들의 경우 로스쿨 진학 등 다른 길을 모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부처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 적어도 1~2년의 준비 기간을 주는데, 최근에는 ‘올가을 이전한다’, ‘내년 초 이전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최소한의 준비 기간은 줘야 이사를 하든 다른 준비를 하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혜림·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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