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 재무부가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강수를 둔 이후 잠시 내려갔던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하루만인 20일(현지시간) 대부분 제자리를 찾았다. 10년물은 오히려 바이백 2배 발표 전보다 높은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갔다. 구조적 원인 해결 없는 정부 개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하루 만에 확인된 가운데, 재무부는 추가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7bp(1bp=0.01%포인트)가량 상승해 한때 5.27%까지 올라갔다. 미 재부무가 바이백 확대 발표하기 전 5.28% 수준을 이어가다 5.31%까지 치솟았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71%까지 올라, 지난 2025년 초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앞서 재무부의 바이백 2배 발표 이후 30년물 금리가 약 10bp 떨어진 5.18% 부근까지 내려갔으나, 하루 만에 발표 전 수준을 되찾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바이백 2배 발표 직후에도 시장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공급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인 이상, 바이백 2배 조치가 미봉책이자 ‘새발의 피’라는 지적을 내놨다.
특히 이번 발표는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돌파한 날 이뤄져, 재정적자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응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나왔다. 시장에서는 미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금리가 오르고, 이 올라간 금리가 다시 정부의 이자 비용을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네덜란드의 종합 금융사 ING는 이날 보고서에서 재무부의 개입 자체는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지원을 위한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보다) 20억달러 늘리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부채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부차적인 방안을 내놓는 격이란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아 크룩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전날 조치가 장기물 금리를 어느 정도 끌어내렸지만, 보다 지속적인 영향은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원칙에서 벗어나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바이백 2배,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 등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오히려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 전망도 장기채 금리 반등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에도 국제유가는 3% 넘게 오르며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정책 수단을 추가로 도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시장에 대응했다. 그는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채 바이백 규모가 19일 발표했던 회당 40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면서 “그 일환은 여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현재 국채 금리가 근본적인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초에 재정 건전화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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