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멋대로 실종자 두 명 덮어

숨진채로 잇달아 실종자 발견돼

홍석기 국수본부장 “국민께 송구”

제주도에서 한 경찰관이 장미란(37) 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를 찾는 전단지.
제주도에서 한 경찰관이 장미란(37) 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를 찾는 전단지.

[헤럴드경제=김아린·김도윤 기자] 제주에서 24일 장미란(37)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이뤄진 지 104일 만이다. 그의 실종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멋대로 사건을 종결했고 경찰 시스템상 부적절하게 기록을 바꿨는데도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단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의 수사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경찰이 마치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뭉개던 사이 장씨를 추적할 수 있는 실종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은 모두 삭제됐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수색을 벌이던 중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실종 초기 정상적인 수색이 이뤄졌다면 보다 일찍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종 사건을 담당하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씨에 대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시간 30분여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부 경장은 상부에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고 거짓 보고하고 가족에게는 “본인이 위치를 알리기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의 휴대전화 기록에는 경찰과 연락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은 경찰 실종자 관리 전산 시스템에서 장씨의 사건이 삭제되도록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여기에 부 경장은 또 다른 실종자 60대 남성 A씨에 대한 신고도 “실종자와 연락했다”는 취지로 내부에 허위 보고하고 자체 종결했다. A씨의 가족은 지난달 2일 경찰에 첫 실종 신고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에도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수색에 나서지 않았고 A씨는 지난 22일 시신으로 돌아왔다.

담당 경찰관 혼자 실종 사건 두 건을 마치 해결된 것처럼 처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 혐의로 입건했고 지난 22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이날 부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마친 뒤 인용 결정을 내렸다. 긴급체포의 주요 요건인 ‘중대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인데, 부 경장은 즉각 석방됐다. 다만 이와 별개로 제주지검은 이날 오후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논란이 일자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제주경찰청을 방문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을 해제할 때 관리자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어 현장 경찰관들에게도 “현재 전국적으로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종결이 없었는지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제주청도 철저하게 조사하라”며 “실종 사건 하나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년 7만건 ‘성인실종’ 접수

이번 장미란 씨 사건은 통제되지 않은 경찰의 수사권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다. 부 경장이 ‘셀프 종결’ 하지 않았다면 실종자들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담당자인 부 경장은 사건 접수부터 해제까지 오롯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맹점이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설사 경찰관 개인 일탈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사건을 경찰관 한 명의 판단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재량”이라면서 “그 재량이 남용되지 않도록 감시·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성인 실종을 대하는 일부 경찰의 안일한 태도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간 7만 건 넘게 접수되는 성인 실종 신고는 대부분이 자발적인 연락 두절이나 가출에 해당하지만, 신변에 위험이 생긴 실종자를 가려내는 초기 대응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 왔다. 성인 실종자 대부분이 결국 온전히 발견되기에 일선 경찰들 가운데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났단 분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7만1854명 실종 성인 가운데 7만1703명이, 2023년엔 7만4847명 중 7만4827명이 실종 상태에서 풀린 바 있다. 하지만 동시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400여명의 성인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통상 아동이나 치매 환자, 정신 장애인과 달리 성인은 소재 파악이 안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출로 간주해 수색 체계가 바로 발동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간 국회에서는 성인 실종자 수색에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됐으나 통과는 번번이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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