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 기술기업들에 ‘인내자본’ 공급

정책보증 형태 지원…결실 전후방 확산해야

반도체 호황에 대기업들의 역대급 성과급 잔치가 예고돼 있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도 전년보다 33조원(17.4%)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외에도 전력기기, 냉각공조(HVAC) 기업들도 결실이 비대해졌다.

AI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공격적 AI데이터센터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이 거대한 잔치판을 두고 기업 이해관계자집단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종업원, 정부 부처가 저마다 다른 셈법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소외된 이들이 반도체, 로봇, 전력 등 공급망 내 수십∼수천개 소부장 협력사들이다.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대기업 임직원이 N% 성과급을 받고 정부는 초과세수를 누린다. 주주에겐 배당이 늘어나며, 지역사회와 소비자에게도 얼마간 혜택이 주어진다.

협력기업의 기여도도 이제 평가돼야 한다. 모기업과는 물품공급을 댓가로 대금을 받는 일반 상거래관계에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거래가 장기간 유지되는 특수관계가 인정된다. 납품대금 외 모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보상자격이 여기서 생긴다.

이제 글로벌 경쟁은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경쟁,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다가오는 AI혁명의 승부도 대기업 한 두 곳이 아니라 생태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800조원, 데이터센터 550조원 등 향후 10년간 1500조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했다. 그런데 반도체, 피지컬AI, 데이터센터는 독립된 섬이 아니다. 소부장과 전력기기·냉각설비·로봇센서·데이터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고른 역량으로 연결돼야 투자가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전환된다.

AI혁명의 성과를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후대에도 잇기 위해서도 대기업 성과의 낙수효과가 절실하다. 한데 낙수효과는 느려서 물꼬를 터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관련 상태계 내 기여자에게 배분하기가 쉽진 않다. 주주와 종업원의 집단적 반발도 예상된다.

우선 초과세수만이라도 의미있는 ‘인내자본’으로 활용할만 하다. 반도체·AI·로봇 소부장 기업들, 특히나 기술중심 중소기업들에 말이다. 이런 협력사들은 대기업의 발주에 앞서 연구개발·설비·인력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자본력은 물론 유동성, 신용도 문제에 시달린다.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대출연체율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은 1.00%로, 11년만에 가장 높았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 0.27%로 4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금융기관의 위험관리가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기술기업들에 인내자본을 공급할 유력한 방안도 있다. 정책보증 형태다. 정책보증은 직접적 보조금과 달리 기업의 신용을 보강해 민간자금을 당겨다준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같은 정책보증기관이 이런 역할을 한다.

초과세수가 정책보증기관에 출연되면 기금이 보강된다. 대기업의 초과이익도 기부금 형태로 기금 보강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보증은 일반적으로 10배 가까운 승수효과가 있다고 분석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재무상태 위주의 심사로는 기술기업들이 유동성을 늘릴 방안이 별로 없다. 기술성·사업성을 평가해 보증을 해주는 것이 인내자본을 키우고, 초과이익의 낙수효과가 협력사들에도 흘러갈 현실적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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