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오랫동안 ‘고액 자산가 중심의 전통 강자’라는 이미지로 통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투자증권으로 새로 유입되는 고객 10명 가운데 7명은 생애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만드는 ‘신규 고객’이다. 2030세대의 비중은 절반까지 높아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 등을 비롯해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주요 인터넷은행과 제휴를 맺고 계좌 개설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유입 창구를 확대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하는 등 ‘금융’이란 ‘장르’의 경계까지 없애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채널 다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곽진 eBiz본부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휴 대상을 고르는 기준을 3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 이상, 고객의 금융 패턴 등을 분석하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보유 여부, 해당 업계 1위 등 시장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보고 협력을 제안한다”며 “다양한 유통 플랫폼과도 신규 협력 관계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40~60대와 고액 자산가 비중이 높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곽 본부장은 “2019년 카카오뱅크, 2022년 토스뱅크와의 협력으로 인터넷은행 기반의 젊은 고객 유입이 본격화됐고 현재는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2030세대”라며 “이들도 5년, 10년이 지나면 4050세대가 되는 만큼, 이들을 우량 고객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차별점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본부장이 꼽은 해법은 개인화다. 그는 “고객이 보유한 자산, 관심 종목, 애플리케이션 안에서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추적해 고객 니즈를 빠르게 찾아내는 게 핵심”이라며 “고객이 어떤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분석하고, 개인화 엔진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에 처음 나선 고객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피로감’을 준다. 곽 본부장은 “고객에게는 생애주기라는 게 있고, 그 사이클에 맞춰 경험하고 자산을 증식하는 등 관계 적립 프로세스를 거쳐야 장기적인 리텐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예컨대 발행어음 상품에 오래 머물러 있는 고객이라면, 금리 인상 같은 특정 이벤트가 생겼을 때 맞춤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AI는 개인화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최근 증권사에서는 AI 개인화 투자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AI 시황 분석 서비스 ‘지금 시장은?’ 등을 운영 중이다. 곽 본부장은 AI를 둘러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AI 기술 구현 자체는 앞으로 계속 고도화되고, 6개월 정도면 업계 전반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투자증권만의 AI’ 차별점은 무엇일까. 곽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이 가진 자산 운용 능력, 딜소싱, 투자은행(IB) 역량이 자산관리(WM)와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상품 소싱 능력만 놓고 보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데, 이는 테크 기반 플랫폼 회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아무리 고객을 정교하게 분석해 맞는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그 상품 자체의 구성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반대로 상품 라인업을 갖췄더라도 적합한 고객을 찾아내는 능력이 없으면 접점이 생기지 않는다”며 “고객 접점과 상품 소싱, 자산 운용까지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갖춘 게 우리 차별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시황 분석, AI 종목 분석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서비스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자산 분야 역시 한국투자증권이 꼽는 핵심 미래 먹거리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코인원,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해외 거래소 OKX, 게임회사 컴투스홀딩스 등이 ‘4자 연대’를 구축했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비트·빗썸과 비교하면 코인원의 시점유율은 아직 격차가 큰 상황이다. 곽 본부장은 “코인원은 점유율은 낮지만 설립 이후 한 번도 대형 보안사고가 없었던 안정적인 회사”라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춘 부분 역시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KX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 보유하고 있고, 컴투스는 게임이라는 콘텐츠 역량이 뛰어나다”며 “우리는 다양한 투자 상품을 소싱하고 개발해온 노하우가 있으며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은데, 이런 역량이 모이면 굉장히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결과물은 이미 나왔다. 코인원 애플리케이션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는 “코인원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던 고객이라면 주식 거래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플랫폼을 오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상자산과 주식을 함께 다루게 됐고, 초기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STO) 관련 입법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제도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에 대해 곽 본부장은 “개발 영역에서 보면 법이 나오고 가이드와 준칙이 나온 뒤 개발해야 하지만, 개발 외적으로 우리가 먼저 준비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원과의 협업 역시 대표적인 예다. 그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코인원 앱 안에 주식에 대한 니즈를 가진 고객이 많다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연계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현행 제도 안에서 고객 접점을 넓히고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작업은 제도와 무관하게 먼저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빨리 정비되면 좋겠지만, 늦어진다면 그 전까지 준비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려 두면 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는 “고객이 자산별로 세제를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도록, 세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기능을 선제적으로 갖춰놓자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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