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연 3%가 됐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대출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을 알면서도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를 두고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다”고 했다.

한은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물가 압력이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도 2.6%에 달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했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력이 이어지는 데다 임금과 서비스 가격, 각종 비용 상승도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가격 인상을 앞둔 물품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로 소득과 유동성이 늘어난 것도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물가가 더 오른 뒤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보다 지금부터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집을 사려고 대출을 늘린 ‘영끌’ 차주나 대출로 사업을 버티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가도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8000억원 늘어난다. 가계의 소비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4% 늘었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쳤고, 평균소비성향도 69.2%로 1.2%포인트 떨어졌다. 금리가 더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800조원+α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11% 이상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확대 재정은 경기침체기에는 필요한 처방이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이 2.6%에서 3.3%로 상향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재정지출이 늘면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밀어올린다. 한은이 금리를 올려 돈을 죄는데 정부가 돈을 푸는 건 한마디로 엇박자다.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생산적 투자는 필요하지만, 현금성 지원이나 소비를 직접 늘리는 방식의 재정 지출은 삼가야 한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수요 측 물가 압력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높은 환율과 불안한 국제유가 등 공급 측 요인도 겹쳐 있다. 금리로 모든 물가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한은이 수요를 억제하는 동안 정부는 임금·서비스 가격과 각종 비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물가 관리에더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