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 확정자가 9만719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 동안의 18만9062명의 절반을 벌써 넘었다. 2022년 12만1095명에서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3년 만에 56.1%나 늘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빚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가계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걱정스럽다. 연체 초기 차주가 이용하는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만6766명에서 지난해 5만3551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7003명이다.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워크아웃도 상반기에 5만5213명에 달했고, 2분기 확정자는 3만54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가계의 빚 부담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채무조정은 연체의 늪에 빠지는 걸 막아주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빚을 깎아주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채무조정을 받은 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취약차주의 소액대출 신청이 올해 상반기에만 2만6703건에 달했다. 빚을 조정받고도 다시 생계비를 빌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를 미리 찾아 금융상담과 상환기간 조정 등을 제공해야 한다. 고령층이나 영세 자영업자처럼 소득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계층에는 일자리와 소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과 가계의 소득이 늘면서 소비가 확대돼 광범위한 수요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근원물가에 0.05~0.2%포인트의 추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5·6월 2.5%, 7월 2.6%로 석 달째 2%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한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 인상의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미 금리 인상 전부터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1년 전보다 36.1% 증가했다. 전체 가구 증가율 12.1%의 세 배에 가깝다. 식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식비 지출은 3.3%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 가구는 6% 넘게 증가했다.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쌀·달걀 같은 식재료의 공급 확대와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생활밀착형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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