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주가 변동성이 잦아들자 국내 증시를 오가는 자금과 거래량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큰 폭 주가 움직임을 노리고 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 관심이 변동성 완화와 함께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날 개장 전 기준 약 26조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 5월과 6월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50조원에 달했지만, 7월 37조원 수준으로 감소한 데 이어 8월 들어서는 20조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거래량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1억주에 달했다. 이후 4월 9억주, 5월 7억주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6월에는 5억주, 7월에는 4억주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약 3억주까지 내려왔다. 5개월 만에 거래량이 11억주에서 3억주로 줄면서 3월의 4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배경에는 최근 진정된 증시 변동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역사적인 급등과 급락을 모두 경험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지수가 1만선을 넘어서는 이른바 ‘만스피’에 대한 기대까지 확산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단기간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 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9일 장중 5262.77까지 추락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40% 넘게 밀리면서 시장의 공포도 극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저점 대비 상당 폭 반등했지만 과거와 같은 급격한 상승·하락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 18일 코스피는 장중 7216.62까지 오르며 다시 7000선을 넘어섰지만 상승세를 끝까지 지키지는 못하고 600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000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3일 7096.89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다.

지수 움직임이 안정되자 시장 안전장치가 발동되는 횟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사이드카는 지난 6월 10회, 7월에는 15회나 발동됐다. 7월 전체 거래일이 22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7일을 제외한 15거래일에 사이드카가 발동한 셈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전체 사이드카 발동 49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건이 6~7월 두 달에 집중됐다.

그러나 8월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사이드카 발동은 5회에 그쳤다. 7월의 3분의 1 수준이다. 증시 급락 때 거래를 아예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이달에는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지수보다 8%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3월 두 차례, 6월 세 차례, 7월 네 차례 발동되며 횟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8월에는 현재까지 발동 사례가 없다. 시장의 극단적인 급등락 자체가 상당 부분 진정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거래 열기까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주가 하락에 대한 공포도 커지지만 동시에 단기간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거래 역시 증가한다.

특히 지수가 하루에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단기 매매를 활용하려는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최근처럼 지수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고 하루 등락 폭이 축소되면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수익 폭도 줄어든다.

실제 국내 증시는 6월과 7월 시장 안전장치가 수시로 작동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이 시기 하루 거래대금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변동성 지표와 사이드카 발동 횟수가 동시에 낮아진 8월에는 거래대금과 거래량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공포가 가라앉은 것은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 유입까지 함께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특정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관련 규제가 시행된 뒤 거래 자체가 위축됐다”며 “결국 이런 변화가 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다시 탄력을 받으려면 추가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