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류기성, 최대주주·대표 역할에도 여전히 ‘부회장’
삼표 정대현도 그룹 경영 전면…정도원 회장은 공식 회장 유지
선대 예우·경영권과 직함 승계 분리…이재용도 10년간 부회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대표이사도 맡았다.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 그룹의 중장기 전략도 직접 결정한다. 회사 안팎에선 모두 그를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인식한다. 실질적인 역할만 놓고 보면 ‘회장’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작 공식 직함은 수년째 ‘부회장’인 기업 오너들이 적지 않다. 왜 그들은 부회장 직을 유지하는가.
대표적인 인물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2026년 1분기 기준 콜마홀딩스 최대주주는 윤 부회장으로 지분 31.75%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7월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도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로 기재됐다.
윤 부회장은 2019년 지주사 대표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현재 한국콜마 부회장으로서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지난 5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콜마홀딩스 주식반환 소송을 취하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역시 윤 부회장 중심으로 한층 선명해졌다. 윤 회장이 2019년 증여한 주식으로 윤 부회장은 최대주주가 됐고 2024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에 다시 올랐다.
그럼에도 공식 직함은 ‘부회장’이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현재도 ‘한국콜마 회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경영의 무게중심은 장남에게 상당 부분 넘어갔지만 창업주의 상징적 지위까지 곧바로 승계하지 않는 셈이다. 한 때 소송까지 벌였던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의 사이는 최근에는 정례적인 만남을 가질만큼 관계가 원만해진 것으로도 알려진다.
경동제약 류기성 부회장은 한발 더 나간 사례다. 류 부회장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회사 공시상 담당 업무도 ‘경영전반 총괄’이다. 2006년 경동제약에 합류한 뒤 2014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현재까지 12년 넘게 같은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류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538만7558주다.
특이한 점은 류 부회장의 부친이 현직 회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업주 류덕희는 현재 ‘명예회장’으로 공시돼 있으며 담당 업무도 ‘경영자문’이다. ‘회장’직이 현재는 공석인 셈이다. 경동제약의 경영 책임과 최대주주 지위가 이미 아들에게 넘어왔지만 류기성 부회장은 별도의 회장 승진 없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삼표그룹의 정대현 수석부회장은 승계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 전면에 나서 신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71.95%를 보유한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산업 지분 15.59%를 보유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삼표산업 직접 지분 4.46%까지 더하면 정 수석부회장 측 지분은 20% 수준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현재도 공식적인 그룹 회장이다. 삼표그룹 역시 올해 4월 자료에서 정도원을 회장으로 명시했다. 정도원 회장의 삼표산업 직접 지분도 25.94%로 정 수석부회장보다 많다. 경영의 상당 부분을 아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소유권과 공식적인 그룹 수장 지위까지 모두 넘어간 단계는 아닌 셈이다.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2년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 동안 부회장 직함을 유지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돼 이미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공식 회장 승진은 2022년 10월에야 이뤄졌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에도 2년 동안이나 이 부회장은 ‘부회장 직함’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창업주인 경우 아들이 최대주주가 됐더라도 부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아들은 회장직에 오르는 것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계자가 선대의 회장 직함을 존중하며 장기간 ‘부회장’을 유지하는 모습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국내 오너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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