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30.4% 늘고,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49.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 여건이 크게 개선돼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과감하게 투자할 여지도 커졌다. 대폭 늘어난 재정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제대로 쓰인다면 구조적 저성장을 넘어설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 예산에서 미래투자 규모는 상당하다. ‘3대 메가프로젝트+AI(인공지능)’ 투자는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97.2% 늘어난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에는 62조8000억원을 투입해 올해보다 22.7% 확대하고, 청년 성장 지원도 43조3000억원으로 53.5% 늘린다. 그중 반도체 투자를 1조3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피지컬 AI에 3조1000억원, 프런티어급 AI 모델과 ‘모두의 AI’에 1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전력·용수·산단 등 첨단산업 인프라에도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성장동력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와 AI는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분야다. 지금 투자를 늦추면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고 새로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금은 AI를 중심으로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뀌는 시기다. 큰 흐름에 빨리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하기 십상이다. 각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가 주도로 이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개발·인프라·인재를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우리 경제에 AI 대전환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도 크게 늘었다. 성장동력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력을 미래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마련해둔 것은 적절하다. 미래대응기금의 내년 수입은 162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사업비로 쓸 예정이다.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에 쓰고, 약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고 한다. 다만 사업 가운데는 일반 예산에서 이미 시행하거나 지원하는 사업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는 별도 주머니가 되거나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쌈짓돈이 돼선 안 된다. 지방 지원 역시 현금성 지원이나 선심성 사업이 미래투자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미래를 책임질 장기 연구개발과 핵심 산업 인프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우선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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