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며 8만달러 선을 회복했으나, 지난 1년간은 하락세가 장기화한 시기였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두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의 자본운용 전략 차이가 선명해졌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인 미국 스트래티지는 우선주 배당과 환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들어 4억3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반면 일본 메타플래닛은 같은 기간 6억23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약 7900개를 추가로 매수했다.
도쿄의 중소 호텔 운영사였던 메타플래닛은 2024년 4월 비트코인을 매입하며 트레저리 기업으로 변모했다. 같은 해 말에는 ‘비트코인 인컴’ 사업부를 신설하고, 별도 포트폴리오에서 담보부 옵션 전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운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운용 계좌에서 현금을 담보로 시세보다 낮은 행사가격의 풋옵션을 매도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옵션은 만기 소멸하고 회사는 프리미엄 수익을 취한다. 가격이 하락해 옵션이 행사되면 약정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하는데, 이때 수취한 프리미엄만큼 취득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메타플래닛은 올해 2분기 비트코인 2823개를 개당 평균 7만8872달러에 매수했다. 옵션 수익을 매입 비용에서 단순 차감하면 실질 취득 단가는 약 7만5032달러로 낮아진다. 개당 약 3800달러를 아낀 셈이다. 회사는 올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비트코인 인컴 사업에서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일본 증권사를 인수해 비트코인 연계 채권 등 관련 금융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비트코인을 운용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파생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상자산 대차(Lending) 거래로 이자 수익을 올리는 방식도 있다. 미국 마라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9377개의 비트코인을 대여 중이었으며, 연간 약 3210만달러의 대여 이자 수익을 기록했다. 다만 대차 거래의 경우 차주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자산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따른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제도권 기관들은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 설정과 엄격한 차주 관리를 적용한 대차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러한 가상자산 운용 전략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정교한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메타플래닛이 적극적으로 옵션 운용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일본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 일본은 2019년 법 개정을 거쳐 2020년부터 가상자산 파생상품에 금융상품거래법의 규율을 적용했다. 나아가 세제 개편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보유 가상자산에 대한 연말 시가평가 과세 부담을 완화했다.
한국은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자산을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법인 계좌 활용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가상자산 대여, 담보, 파생상품 운용을 포괄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틀은 아직 형성 과정에 있다.
그간의 신중함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위험 요인을 줄이는 버팀목이 됐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트레저리 기업의 평가 기준이 ‘얼마나 보유했는가’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운용하는가’로 옮겨가는 만큼,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낼 시점이다. 명확한 리스크 관리와 공시 체계를 토대로 기업이 가상자산 보유·운용 전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성훈 비트플래닛 대표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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