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1일까지 ‘1 day in space’

“사진으로 기억과 감정 다시 경험”

애드 엣킨스 ‘패시브 메크(Passive Mech)’. [글래드스톤 제공]
애드 엣킨스 ‘패시브 메크(Passive Mech)’. [글래드스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사진이라는 매체는 우리가 기억과 감정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글래드스톤 서울이 개관전으로 영국의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44)의 개인전 ‘원 데이 인 스페이스(1 day in space)’를 내달 31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기억과 감정이 기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표현되는지 성찰한다.

에드 앳킨스는 지난달 31일 글래드스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이란 과학적인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명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의미한다”며 “그 기술에 따라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신작 영상인 ‘패시브 메크(Passive Mech)’는 한 달 동안 1분에 한 프레임씩 촬영한 4만3200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타임랩스 작품이다. 작가는 덴마크 질랜드에 위치한 별장 외부에 골판지 무대 세트를 설치하고 딸의 방 창가에서 변해가는 풍경을 기록했다. 영상에는 겨울에서 봄이 되는 사이 골판지 무대가 점차 붕괴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영상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 역사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방대한 촬영 사진 중 작가가 선별한 일부 사진은 ‘유니크 프린트(unique print)’ 연작으로 함께 전시된다. 서로 다른 인화 방식과 크기로 출력된 사진들은 일상적 기록 사진과 예술 사진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흔든다.

침대 시트를 본떠 만든 프로타주(frottage) 연작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침대 위에 종이를 덮고 흑연으로 표면을 문질러 주름과 형태를 옮긴 작업이다. 침대 시트의 주름은 남지만, 그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신체의 흔적을 통해 부재한 존재를 환기한다.

에드 앳킨스 개인전 ‘원 데이 인 스페이스(1 day in space)’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에드 앳킨스 개인전 ‘원 데이 인 스페이스(1 day in space)’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작가는 “사진이 빛으로 장면을 기록한다면, 프로타주는 손의 압력과 마찰로 표면을 기록한다”며 “손이 빛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리얼 상자, 동물 플래시카드 등 가족의 일상에서 비롯된 잔재들을 조합한 아상블라주(assemblage) 작업도 선보인다.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사물들은 본래의 용도와 맥락에서 분리돼 작가와 아이들이 함께한 조용한 순간들을 담아낸다.

그는 “이번 전시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성찰하는 에세이”라고 말했다.

앳킨스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나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뉴뮤지엄·현대미술관 PS1,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와 리옹비엔날레, 퍼포르마 등에 참여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