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스트·아카데미 출품 자격 영화제 선정
“30회 영화제 이후 국제적 위상 수직 상승”
상영작 315편…개막작에 ‘낮과 밤은 서로에게’
메기 질렌할·양자경·이자벨 위페르 등 부산 行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서른한 번째 여정을 펼친다. 2019년 이래 최대 규모인 총 247편의 공식 선정작과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어느 때보다 풍성한 라인업으로 영화팬들을 맞는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이하 FIAPF)의 ‘A-리스트(A-List)’ 영화제 선정, 경쟁부문 최고상 수상작에 대한 미국 아카데미 출품 자격 획득 등 잇따른 낭보로 BIFF의 국제적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BIFF는 이 흐름을 발판 삼아 올해 영화제를 통해 세계인이 함께 영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국제적 플랫폼으로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제31회 BIFF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30회 영화제 이후 BIFF의 국제적 위상이 수직 상승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적 인정과 교류 등을 BIFF가 맡게 됐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FIAPF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새롭게 개편한 국제영화제 인증 체계에서 ‘A-리스트’로 공식 선정했다. 국제적 영향력을 인정받은 영화제들만 진입한 이 명단에는 칸, 베니스, 베를린을 비롯해 전 세계 17개 영화제만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지난 5월 BIFF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영화제 최고상에 대한 아카데미 출품 자격을 부여하는 아시아 유일의 영화제로도 선정됐다. 아카데미가 지정한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 영화제는 부산과 함께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까지 총 6개뿐이다.
박광수 이사장은 “부산이 공식적으로 세계적 영화제로서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럽에서 보기엔 부산이 세계 17대, 아카데미가 보기에는 주요 6대 영화제 중 하나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경쟁부문엔 아시아 대표작 14편
올해 영화제 상영작은 315편,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6편이다. 이 가운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95편, 자국 외 국가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10편이다.
제31회 BIFF의 시작을 알릴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신작 장편 ‘낮과 밤은 서로에게’로 선정됐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 하나의 카페에 스쳐 간 네 쌍의 남녀가 나누는 유쾌하고 담백한 대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개막작인 ‘어쩔수가없다’처럼 대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 호감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결코 아니다”며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민하의 단독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서는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배우 양자경,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까멜리아상 수상자인 홍콩의 허안화 감독에 대한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은 경쟁부문에서는 동시대 아시아영화를 대표하는 14편이 선정돼 ‘부산 어워즈 대상’을 놓고 겨룬다.
경쟁 진출작은 ▷임하연 ‘그날의 태주’ ▷염규복 ‘긴긴밤’ ▷김정훈 ‘면도’ ▷천지원 ‘디센던트’ ▷히로세 나나코 ‘비트윈 투 러버스’ ▷오키타 슈이치 ‘사토코는 언제나’ ▷가토 타쿠야 ‘일요일 다음날’ ▷마지드 마지디 ‘빵과 책’ ▷에디 카효노 ‘마이 마더’ ▷요셉 앙기 노엔 ‘바다에 새겨진 이름’ ▷다나카 미키 ‘실버 익스프레스’ ▷리윈찬 ‘평범하기 위하여’ ▷구유 ‘처음 만난 외로움’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힐롤’ 등이다. 이 중 데뷔작은 4편, 여성 감독 연출작 역시 4편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경쟁부문을 신설했던 작년은 처음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아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작년과는 사뭇 다른 온도로 협의를 했다”며 “올해 출품작들의 수준과 층위가 훨씬 두터워졌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한 비전 섹션은 두 번째 해를 맞아 아시아 독립영화의 현재와 새로운 가능성을 더욱 폭넓게 담아낸다. 세계적 거장들의 최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에는 지난해 33편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5편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쥬의 ‘피오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일커 차탁의 ‘옐로우 레터’,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등을 만날 수 있다.
31회 BIFF만을 위해 준비된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BIFF는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고(故) 안성기를 기억하는 특별기획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를 진행한다. 상영작은 ‘바람불어 좋은날’(1980), ‘고래사냥’(1984), ‘철수와 만수’(1988), ‘개그맨’(1988), ‘하얀전쟁’(1992), ‘축제’(1996) 등 6편으로, 생전 안성기가 BIFF 특별기획 프로그램 준비를 제안받고 직접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들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하는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도 열린다. 데즈카 오사무,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가쓰히로 등 거장들의 걸작과 신예 작가들의 최신작을 극장판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별 프로그램 외에도 경쟁부문에 진출한 애니메이션 ‘긴긴밤’을 비롯해 올해 BIFF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정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그중 일본 애니의 전통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 특별전 상영작 13편을 제외하고도 14편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부산에서 애니메이션이 약진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매기 질렌할·양자경·이자벨 위페르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
게스트 라인업 또한 화려하다. 할리우드 톱스타이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에 출연한 매기 질렌할이 최초 내한한다. 그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기도 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양자경은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위해 15년 만에 부산을 찾고,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역시 신작과 함께 부산을 방문한다. 인도네시아 국민배우 크리스틴 하킴도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을 비롯해 세계적 거장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을 연출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린타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만의 차이밍량, 한국의 이창동, 나홍진, 김지운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등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할리우드 톱클래스 감독과 배우 등에 대한 초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감독이자 배우인 서기와 저우쉰, 판빙빙이 부산을 찾는다. 일본에서는 나가사와 마사미, 사와지리 에리카, 쿠로키 하루를 비롯해 야마자키 켄토, 요코하마 류세이 등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슈화는 배우로서 부산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태국 대표 스타 다위까 호네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인 김고은, 김민하, 류승룡, 신민아, 이민호, 주지훈을 비롯해 전도연, 설경구, 유해진, 현빈, 정우성, 이희준, 손석구, 김혜자 등의 방문이 확정됐다.
정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영화제가 한국 영화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축제가 되길 바랐다면, 올해 부산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더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 지점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며 “모쪼록 31회 부산영화제가 한국 영화 활황을 위한 중요한 국면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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