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4.788%·日 10년물 30년 만에 3% 돌파
英 30년물 5.919%로 1998년 이후 최고…獨도 15년래 최고
유가 급등에 인플레 우려 재점화…재정확대·국채발행 부담까지 겹쳐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수년에서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각국의 재정 확대와 국채 발행 부담까지 겹치면서 국채 매도세가 전 세계로 번지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4.788%를 기록했다. 2025년 1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272%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고점에 근접했다.
채권시장 충격은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까지 치솟으며 1996년 10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와 일본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국채 가격을 끌어내렸다.
영국에서는 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919%까지 뛰어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5.224%까지 올라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장중 3.339%까지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주요국 국채금리의 동반 급등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광범위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글로벌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직접 공격을 주고받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까지 발생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날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2% 넘게 오른 데 이어 상승 폭을 더욱 키웠다. WTI는 결국 전장보다 5.20% 급등한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90달러선을 넘어섰고, 브렌트유도 4.60% 오른 94.65달러로 마감했다.
유가가 다시 뛰면서 그동안 진정됐던 물가가 재차 상승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 공급을 확대하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수 있다.
AI 투자 열풍도 채권시장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충격은 주식시장으로도 번졌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주식의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금리를 끌어올려 증시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
이날 뉴욕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면서 중동발 유가 충격이 채권과 주식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앤드루 릴리 바렌조이 수석 금리 전략가는 최근 국채 매도세의 상당 부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9월을 시작으로 최소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울리케 호프만 부르하르디 UBS 아메리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항행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국채금리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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