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30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6개 부처 개각 인사를 발표했을 때도 김 실장은 교체 대상에 없었다. 불과 이틀만에 전격 사퇴 발표다. 정황상 이재명 대통령이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여론이 좋지 못하자 결정을 번복하거나 교체를 앞당긴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정책실장을 그대로 두는 것이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해선 근본적 전환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민심과 정치권의 반응이 악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 공급과 세제 개편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도입(ETF) 등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면서 김 실장의 책임을 묻는 야당의 목소리와 여론이 거셌다.

민심을 새겨 듣고 사후에라도 고치는 것이 순리이긴 하겠으나 국정을 좌우하는 중대 인사 결정을 쫓기듯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루 이틀이면 드러날 국민 요구와 정서를 애초부터 전혀 읽지 못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비례의원 겸직의 법적 요건이나 관례, 소수정당 입지를 놓고 따질 게재가 아니다. 용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인적 쇄신 취지 자체를 완전히 잡아먹어 버린 꼴이 됐다. 개각의 가장 큰 목표가 국정동력 회복일텐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 그 인사는 이미 실패다. 검증이나 거취 조율 자체가 안 됐다면 ‘무능’이고, 후보자가 알아서 돌파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무책임’이며, 반발 여론을 예상 못했다면 ‘오판’이다.

정책도 일단 벌여놓고 주워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의 경우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과 마찬가지로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약 한달 전 발표한 원안에서는 9억원으로 축소했다가 원상복구한 것이다. 보유가 아닌 실거주 중심으로 하겠다는 세제개편의 취지 중 하나를 사실상 무른 셈이다. 단일종목 ETF도 변동성으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손해가 급증한 뒤에야 보완됐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없앤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공공-민간 신규택지-재개발재건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부동산공급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민과 국회의 지적, 대안들을 대승적으로 검토하고 합당한 제안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입법과 예산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번 타당한 말이지만, 정책 설계의 오류와 민심 방기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당장 경제사령탑이 교체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 및 쇄신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