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英·獨 국채금리 연쇄 급등
글로벌 국채시장 ‘매도 폭풍’에 휘청
중동發 유가급등·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 재정 확대 겹치며 매도세 확산
美 10년물 4.8%·日 30년만에 최고
정부·기업·가계 차입비용 부담 가중
전세계 국채시장에 ‘매도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수년에서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에 중동발(發) 유가급등·인플레이션 우려,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특정 국가가 아닌 전세계 채권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직전 거래일보다 4.80bp(1bp=0.01%포인트) 오른 4.799%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가 4.8%에 육박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80bp 오른 4.400%, 30년물은 3.10bp 상승한 5.273%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2006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5%를 웃돌고 있다. 특히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전날 37.0bp에서 39.8bp로 확대됐다. 최근의 금리 상승 압력이 단기물에 그치지 않고 장기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채권 매도세는 주요국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6.10bp 오른 2.996%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3%를 넘어섰다. 일본 10년물 금리가 3% 선을 돌파한 것은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수십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했던 일본에서도 장기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금리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7.60bp 오른 5.856%로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30년물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번 국채금리 급등은 단일 요인보다는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국의 재정 확대가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면 시장에서 소화해야 할 물량도 증가하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재정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정부의 차환 비용이 늘고 추가 차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다시 국채금리를 자극하는 ‘부채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눈높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8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시장에서는 이달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특히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져 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일본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연말 약 1.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연중 1%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전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주요국의 장기금리가 동시에 고점을 높이면서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데릭 핼페니 미쓰비시UFJ 유럽 글로벌마켓리서치 총괄은 “이미 위험 지대에 들어섰다”며 금리가 더 오를수록 주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을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로라 쿠퍼 누빈 글로벌 투자전략가도 “앞으로 금리는 오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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