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주택공급 서울 내 유일 신규 택지

주민 “인프라 확충, 안전 확보가 우선”

강서구 “주민설명회 열어 오해 풀겠다”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근린공원 앞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윤승현 기자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근린공원 앞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윤승현 기자

“한 집에 세 명으로 잡아도 3000명인데 이 동네가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인근에 고등학교도 없고 도로가 넓지도 않은데 무리 아닐까요?”

강서구 염창동 주민 40대 엄모씨

[헤럴드경제=윤승현·윤성현 기자] 지난 2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 앞에는 ‘20년 주민 약속 짓밟는 밀실개발’, ‘주민 안전 외면하는 난개발’ 등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인근 단지에는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염창동 주민 일동’ 명의로 붙었다.

강서구 염창동 염창공원은 지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제시된 신규 후보지 중 유일한 서울 내 택지이다. 당시 강서구는 훼손지 개발을 환영한다는 뜻을 보였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장기간 공원 조성을 기대해온 데다 좁은 도로와 부족한 학교·생활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주택부터 들어서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이모(44)는 “지금 주민 단톡방에 천 명 가까이 있다”면서 “방치돼 있을 때는 그래도 언젠가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주택 공급이 확정되면 그 기대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강서구 염창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염창공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윤승현 기자
강서구 염창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염창공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윤승현 기자

해당 부지는 1990년 민간사업자가 골프연습장과 주차장 등 수익시설을 조성하는 대신 문화회관·청소년회관·경로당 등 주민 편의시설을 함께 짓는 조건으로 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그러나 2000년 수익시설만 준공된 채 주민 편의시설 조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강서구는 2006년 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했다.

골프연습장도 2009년 직권 폐업된 뒤 폐시설과 절개지 등이 남으면서 훼손지 일대가 20년 가까이 방치돼왔다. 정부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일부 훼손지에 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통학 안전과 학교 수용 여건이었다. 염창공원 주변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사이로 폭이 좁은 이면도로가 이어져 있고, 인근 호텔을 오가는 관광버스와 출퇴근 차량 통행도 적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10년 넘게 염창동에서 산 40대 윤모씨는 “아이들이 관광버스, 출퇴근 차량 사이로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우성1·2차, 삼천리아파트 통합 재건축도 추진 중인데, 대책 없이 공사 차량이 들어오면 더 위험해질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실제 염창공원 옆 주택 단지에 바로 인접한 인도는 지금도 사람 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있는 “주민의 안전부터 확보한 후 공급을 고민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 강조했다.

양천로67길 사거리 인근 비좁은 인도의 모습. 윤승현 기자
양천로67길 사거리 인근 비좁은 인도의 모습. 윤승현 기자

주민들은 부족한 교육시설도 우려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귀가 중이던 엄씨는 “가까운 고등학교가 하나도 없고, 초등학교·중학교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라 말했다.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염창초등학교부터 영일고등학교까지는 도보로 15분, 세현고등학교까지는 20분이 걸린다.

반발이 커지자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 1일 구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조속한 시일 내 주민설명회를 열겠다 밝혔다. 진 구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원을 훼손하며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공원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훼손지에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것”이라며 “주민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공공주택 공급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민 의견도 있었다. 염창동에서 20년간 살았다는 50대 한모씨는 “주민 중에는 기존 염창공원을 전부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훼손된 부지를 활용하면서 녹지는 남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치된 곳에 주택이 들어서고 공원과 인프라도 함께 정비된다면 오히려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회에서 잘 설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공원 일대 부지. [헤럴드경제DB]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공원 일대 부지. [헤럴드경제DB]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계획 발표 이후 관망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창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7월까지는 매수 문의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8월에는 전화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한 달 동안 15통 정도 문의가 왔고 이 마저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발표 이후 주민들이 공급계획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염창우성2차 32평형은 이전에 13억원 초반까지 거래됐는데 현재 13억원에 나온 매물도 몇 주째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주택 공급계획 때문인지 전체 시장 분위기 때문인지, 개별 매물의 문제인지는 아직 구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단지 개발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서구 염창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학군, 교통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염창동이 등촌동, 가양동에 밀리지 않지만 세대 수가 적어 저평가됐다”며 “재건축과 신규 아파트 개발로 대단지가 들어서면 상승세를 탈 것”이라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소통을 통한 부정적 인식 타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광채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을 소형 평수로만 구성하기보단 여러 수요자를 모을 수 있도록 다양한 평형으로 계획하는 것도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법”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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