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아크로 드 서초’도 4.2대 1 그쳐
위장전입·명의대여 등 부정청약 발생 늘어
“투명성 제고, 별도 물량 확보 등 필요”
[헤럴드경제=윤승현·윤성현 기자]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일반공급 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이르는 가운데 경쟁률 무풍지대인 유형이 있다. 기관장 추천을 받아야만 시도할 수 있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운동선수 등으로 대상이 광범위한데다 제도상 허점을 노린 ‘꼼수 청약’도 늘고 있어 제도 투명성을 제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35조 및 제36조에 따라 공공·민간분양 건설 물량의 10% 이내 범위에서 물량을 배정한다. 시·도지사 승인 시 10%를 초과해 지정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물량은 사업 주체가 지자체 및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한다.
흔히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장기복무 제대군인 및 10년 이상 장기복무군인, 중소기업근로자가 대상이 된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정한 대상자 범위는 더 넓다. 올림픽대회·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입상한 우수선수는 물론 주무부장관과 국토교통부장관이 협의해 국가시책상 특별공급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된 경우에도 대상이 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서울에서 본청약에 나선 아파트는 21개 단지다. 이들 단지의 모집공고상 공급규모는 총 5087가구로, 이 가운데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은 434가구다. 전체의 8.5% 수준이다.
지난 1월 당첨자 발표가 난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의 경우 특별공급 181가구 중 기관추천 물량은 33가구로 약 18%에 달했다. 여기에 예비자를 포함해 57명이 접수하면서 약 1.73대 1 경쟁률을 나타냈다. 76가구 모집에 2831명이 몰린 신혼부부 특공(약 37.3대 1), 29가구 모집에 3509명이 신청한 생애최초 특공(121대 1)과 비교해 확연히 낮다.
역대급 청약 경쟁이 벌어진 단지에서도 기관추천은 비슷했다. 10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청약’이라 불린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는 일반공급과 특별공급 모두에서 역대 최대 경쟁률을 경신했다. 지난 4월 당첨자가 발표된 해당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99.1대 1,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은 751.2:1에 달했다. 59㎡C(이하 전용면적)에서는 7인 가구 만점이자 청약 가점 최고 점수인 84점이 나왔다.
반면 ‘아크로 드 서초’의 기관추천 특공은 5가구에 21명이 접수했다. 동일한 규모로 배정된 다자녀가구와 생애최초 특공에는 각각 3065명, 8663명이 몰렸다.
공급 물량보다 신청자가 적은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모집공고가 나온 서울 동작구 ‘드파인 아르티아’는 15가구에 6명이, 성북구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96가구에 38명이 신청했다.
청약홈에 나타난 경쟁률만으로 문턱이 낮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청약에 앞서 관계 기관이 자체 기준에 따라 추천 대상자를 선발하는 절차를 별도로 거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소기업 장기근속자는 각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서 근속 기간, 자격증, 수상경력 등 가점을 따져 추천 대상자를 선정한다. ‘아크로 드 서초’ 59㎡A의 경우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추천 대상자 1명(예비자 1명) 자리에 총 150명이 신청했다. 최종 추천 대상자 점수는 97점으로, 재직 기간은 25년이 넘었다.
문제는 기관별로 별도의 추천·선정 절차를 거치는 구조 속에서 제도의 허점을 노린 부정청약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공급 자격을 갖췄지만 분양금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대상자에게 브로커 등이 접근해 금품 등을 대가로 명의를 빌리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5년간 국가보훈부 추천 특별공급에서 위장전입, 명의대여 등으로 적발된 부정청약은 총 9건이었고, 올해에도 추가 의심 정황이 발견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군인특별공급 신청을 받는 국군복지포털 공지에도 “분양자금 지원 및 명의 대여 권유로 접근하는 부동산 브로커를 주의하라”는 유의사항이 가장 상단에 적혀 있었다.
정부도 기관추천 특별공급 제도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은 기관추천 특공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개선할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로 절차개선 및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고, 경찰청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관추천 특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상자가)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선정되기도 하는데, 2차 검증을 통해 실제 공급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공급의 모수를 줄이다 보니 비대상자는 자신의 기회를 침해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며 “별도의 물량을 확보해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hy@heraldcorp.com
qu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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