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투입·29년부터 연 270만톤 생산
美 최초 車강판 전기로 제철소·탄소배출 70%↓
통합 수소 생태계 구축…포스코 기술·판매 협력
[헤럴드경제(도널드슨빌)=권제인 기자]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최대 도시인 뉴올리언스에서 100㎞ 떨어진 도널드슨빌에서는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가 지어질 벌판이 펼쳐져 있다. 양옆으로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빼곡히 들어선 편도 1차선 도로를 1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 역시 과거에는 사탕수수밭이었다.
도널드슨빌 지역은 해상 운송과 육상 물류 인프라를 두루 갖춘 곳으로 꼽힌다. 미시시피강을 통해 약 7만톤급 선박을 정박시킬 수 있고, 미국 대형 철도사들의 노선도 위치해 있다.
현대제철은 이곳에서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의 첫 삽을 떴다. HPLS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생산거점이자 탄소저감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美 철강 수요·가격 모두 매력…현지 생산 승부수
4일(현지시간)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 도널드슨빌에서 HPLS 기공식을 개최했다. 총 58억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HPLS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다. 총 737만㎡(223만평) 규모로, 올해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1분기부터 연간 270만톤의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을 생산한다.
특히, 제철소 내에서 원료부터 제품까지 한 번에 생산이 가능한 일관(一貫)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고부가 전략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 내 투자계획과 함께 HPLS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5월 현지 프로젝트 전담 조직 ‘북미철강사업부’를 신설하고 6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법인을 설립한 뒤, 설비 계약과 지분 출자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현대제철이 미국을 해외 생산 기지로 점찍은 이유로는 현지 시장의 견조한 수익성과 높은 수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쇳물을 생산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2000만톤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지난해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1024만대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10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생산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환원제철 전진 기지…로봇·로켓 공급도 고려
HPLS는 탄소저감 생산체제 전환의 전진기지로서 현대차그룹의 고품질 철강재를 공급하게 된다. 원료 생산 설비(DRP)에서 철광석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해 고로 쇳물 대비 탄소 발생량을 약 70%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실현에도 앞장선다. 현대제철은 HPLS의 생산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해당 생산체계를 국내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기공식 현장에는 통합 수소 생태계 구상도 함께 전시됐다. 공장과 외부 철도 노선을 오가는 입환기관차를 디젤에서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하고, 코일·슬래브 등을 운반하는 지게차와 비상발전기, 보일러·가마 등에 쓰이는 산업용 버너까지 수소 기반으로 가동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로 구축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HPLS에서 생산된 철강재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한편, 현재 개발 중인 ‘아틀라스’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스페이스X 같은 로켓에도 이 철강을 공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HPLS에서 생산하는 철강을 미국 내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최대한 많은 차종에 적용할 생각”이라며 “현대제철과 포스코에서 생산한 철강을 오랜 기간 테스트해왔고, HPLS에서 생산된 제품은 탄소 배출을 줄여 더욱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 해외 조강 1000만톤 확대…양사 협력으로 철강 기술↑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그룹과 손을 잡았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HPLS 지분을 각각 50%, 20% 보유하고 있으며, 양사가 국내에서 전기로 쌓아온 운영 경험과 자동차강판 기술을 더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직접환원철로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최고급 강재를 생산하기 위해선 포스코가 가진 수소 환원 제철 기술과 강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협력을 통해 HPLS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HPLS에서 생산된 물량을 포스코가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현지 완성차사 및 멕시코 생산법인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포스코는 판매 방안이 확정될 경우 멕시코 생산법인에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는 미국을 시작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성장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해 2031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 능력을 1000만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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