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부담 줄어 우량사업 매각 가능성 극대화
최종 회생계획안에도 담겨…회생법원 인가 필요
‘1.4조 조달 목표’ 19개 자가점포 매각도 시험대
잠재적 인수후보자에 네이버·하림·알리 등 거론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홈플러스가 법인 분할에 나선다. 정상 운영 사업은 존속법인에 남겨두고, 회생절차를 전담할 법인을 신설해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다. 최종 목표인 인수·합병(M&A)을 위해 채무 변제 과정에서 비롯되는 리스크를 덜어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워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최종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이 같은 법인 분할 계획이 담겼다. 앞서 홈플러스가 추진했던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과 다른 방향이다. 우량 사업을 중심으로 존속법인을 재구성해 매각을 추진하고, 회생에 필요한 역할은 분할신설법인이 도맡는 ‘굿 컴퍼니 앤 배드 컴퍼니(Good company and Bad company)’ 전략이다.
이는 회생절차에 따른 우량 사업의 부실화를 막으면서 시장 내 매각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상이다. 과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서도 등장한 기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 사업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해 매각 가치를 높이고, 인수자는 채무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M&A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의 최종 목적지다.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후 인가 전 M&A를 추진했다. 당시 AI(인공지능) 플랫폼 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 총 2곳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최종 무산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알짜’였던 슈퍼마켓 사업부(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담은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내놨고, 사실상 청산형이란 지적 속에 매각 작업을 마쳤다.
법인 분할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계획대로 채무 변제 절차가 시작되고 매각 작업이 가시화되면 분할에 앞서 회생법원의 인가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업회생절차 관리인 자격으로 법원에 출석해 “고정비 절감과 적자점포 폐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채권을 변제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라며 “회생계획 인가 후 자가점포를 매각하고 이후 회사 자체에 대한 M&A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M&A 시도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당장 19개 폐점 자가점포의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19개점 중 대전 유성점(1230억원)과 동광주점(505억원), 부산 서면점(256억5000만원)은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경기 야탑점도 매수의향자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 중계점과 경기 남양주진접점, 일산킨텍스점, 경기하남점, 고양터미널점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 매장은 지방에 있다. 홈플러스는 2028년 2월까지 19개점을 매각해 1조4192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한 지방에서 제값에 매수의향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개점 매각의 성패는 장기적으로 M&A 성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앞으로 설정된 선순위 신탁담보채권을 상환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홈플러스는 추가 부동산담보 대출 등을 통해 2037년까지 예정된 채권 변제 계획을 이행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잠재적 인수 후보에는 네이버, 하림,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거론된다.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이 아닌 국내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이다. 하림의 경우 앞서 인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다만 후보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인수가 곧 리스크”란 말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채무 변제와 동시에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 중 대형마트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홈플러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성공하더라도 인수자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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