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조2672억 전액 시비 투입

올해 처음 3000억 돌파

사모펀드 9개사에 3821억 지원

배당·지분매각 관련 행정처분 6년간 한 건도 없어

인천 시내버스 차고지 전경.
인천 시내버스 차고지 전경.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광역시가 시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전체 시내버스 업체 가운데 사모펀드가 소유한 업체가 상당수 포함돼 있고 이들 업체에 최근 5년간 지급된 재정지원금만 3821억원에 달하면서 공공재정 관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업체의 배당이나 지분 매각과 관련한 준공영제 협약상 관리·감독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제 행정처분 실적은 6년 동안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 혈세는 투입되는데 관리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인천시의회 환경교통위원회 전재운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은 본예산 2582억원에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536억원을 더해 총 3118억원에 이른다.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최근 5년간 투입된 재정지원금도 1조2672억원으로 전액 인천시가 부담했다.

버스요금 인상을 통해 시민 부담을 높였지만 재정지원 절감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면서 준공영제에 투입되는 지방재정 부담이 다시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인천시는 지난 2023년 10월 시내버스 요금을 125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그 결과 2024년 재정지원금은 전년보다 509억원 감소했지만, 이듬해 다시 419억원 증가했다.

올해 추경까지 반영할 경우 요금 인상 이전인 2023년보다 재정지원금이 오히려 303억원 늘어난다는 게 전재운 의원의 분석이다.

사모펀드 9개 업체에 5년간 3821억 재정지원

더 큰 문제는 준공영제의 재정지원 구조 속에 사모펀드 소유 버스업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시내버스 34개 업체 가운데 사모펀드가 소유한 업체는 9곳이며 차량은 624대다. 이들 업체가 최근 5년간 받은 재정지원금은 3821억원으로 전체 지원금의 약 30%에 달한다.

준공영제는 시민의 교통복지를 위해 버스운송업체의 운송 적자를 공공재정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따라서 재정지원이 특정 소유구조의 버스회사에 집중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관리·감독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전재운 의원은 앞선 임시회에서 인천시 교통국장이 배당 재원과 관련해 “배당액은 저희가 지원해 주는 금액에서 나간다고 볼 수도 있다”고 답변한 점도 지적했다.

전재운 인천시의회 의원
전재운 인천시의회 의원

‘배당 제한’ 규정은 있는데 처분은 6년간 0건

인천시의 준공영제 이행협약에는 부실운영 유형을 규정하고 이에 따른 벌점 부과 기준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가 제출한 행정처분 현황을 보면 사모펀드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배당 제한 규정 위반, 최대주주·경영진 지분 매도 시 사전협의 불이행, 전·후륜 재생타이어 사용 등 3개 유형에 대해서는 최근 6년간 행정처분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체 행정처분 12건 가운데 벌점이 부과된 사례도 2024년 임원의 법인차량 사적 사용에 대한 15점 한 건에 그쳤다.

더욱이 지난해 9월 개정된 이행협약을 기존 협약과 비교해도 사모펀드의 배당이나 지분 매각을 관리하는 핵심 조항과 벌점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지난해 12월 외국자본 매각 금지와 총이윤 범위 내 배당 제한 등을 혁신방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약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 이행협약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재정지원은 늘고 있는데 이를 통제하기 위한 협약과 행정처분은 제자리’라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인천시, “모든 업체에 동일 기준”… 제도적 한계도 인정

이에 인천시는 준공영제 재정지원은 버스운송업체의 운송 적자를 지원해 시민에게 교통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모펀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업체에 동일한 표준운송원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 536억원에 대해서도 2025년 인건비 인상분 113억원, 올해 증차 30대에 따른 운송비 증가분 105억원, 보유비 물가상승률 반영분 10억원 등 재정지원 부족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임금협상이 4.5% 인상으로 타결되면서 추가로 118억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감독과 관련해서는 2024년 명진교통 매각 당시 관련 법령에 따른 신고와 재무건전성 유지확약서, 대표자 변경 등에 대해 시와 사전협의를 거쳐 절차를 이행했다고 시는 밝혔다.

다만 지난해 사모펀드 소속 업체의 배당성향이 평균 157%로 전체 평균 117%보다 높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향후 경영·서비스 평가 지표에 적정 배당 여부를 반영하고 투자계획 및 인수의향서를 공유해 실제 운영업체로의 매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외국계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요금 인상’보다 ‘재정 누수 차단’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공공재정으로 버스업체의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라면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이익의 귀속과 배당, 지분 매각, 경영 건전성 등에 대한 공적 통제가 어느 수준까지 작동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더구나 인천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버스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요금을 올리기 전에 기존 준공영제 안에서 재정이 새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관리·감독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재운 의원은 “인천시에 통제할 권한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발동될 수 없게 설계된 요건과 행사되지 않은 권한이 있었을 뿐”이라며 “새는 곳을 그대로 둔 채 요금만 올린다면 3년 뒤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공영제의 목적은 버스회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