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 기념사
“갈등 첨예할수록 오직 법과 원칙따라 역할해야”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면 신뢰받는 사법부 될 것”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11일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키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을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의 신뢰와 성원, 그리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법원은 일제강점으로 빼앗겼던 사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이양받은 1948년 9월 13일을 기념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해 의미를 기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재판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비록 그 노력의 결실이 당장 드러나지 않거나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다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의 날을 맞아 그 소중한 의미를 다시 새기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가 사법권 독립의 토대 위에서 본연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 어려움 없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은 국민께 한층 가까이 다가가고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할 수 없다”며 “늘 국민의 목소리에 더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고, 국민께서 그 변화의 성과를 삶 속에서 직접 체감하실 때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를 앞두고 조 대법원장의 발언에 이목이 쏠렸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날도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 2명 가운데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만 국회에 제출하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임명 절차를 밟지 않기로 하면서, 대법관 인선의 공은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넘어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며 조 대법원장에게 후보자를 다시 제청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월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인물을 선택해 달라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군에서 다른 후보를 재제청할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해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여권과 사법부 간 갈등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고(故) 신종오 서울고법 고법판사에게 법원 발전과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대법원장 표창을 수여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 혐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 판사는 지난 5월 별세했다.
조 대법원장은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셨던 한 법관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신 신종오 판사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셨던 고인의 헌신과 뜻을 우리 모두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진섭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법원사무관, 최유성 대전가정법원 법원주사, 허혜진 청주지법 충주지원 법원서기, 윤성철 수원고법 상임전문심리위원, 성명경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전기주사보, 이충호 지식재산처 과학기술서기관, 이창훈 법원행정처 심층상담위원에게도 대법원장 표창이 수여됐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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