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동대문 등 기존 금고은행만 단독 참여...고액 출연금·높은 약정금리로 수익성 악화
성동구는 신한·우리·KB국민은행 경쟁 가능성...성수·왕십리·마장 잇는 ‘경제축’ 매력 부각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지난 5월 서울시금고 선정전은 신한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신한은행은 서울시 제1·2금고 모두 최고점을 받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하게 됐다.
시금고 100년 운영 우리은행 시대를 마감시킨 신한은행이 12년 동안 시금고 은행이 됐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서울 25개 자치구 구금고 선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올해 구금고 입찰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수 자치구에서 기존 금고은행만 참여하는 단독 응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1차 접수를 마친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현 금고은행인 신한은행, 동대문구에는 현 금고은행인 KB국민은행만 각각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공고에도 다른 은행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치구는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기존 금고은행과 수의 방식으로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구금고 시장은 상당수 지역에서 기존 은행이 운영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구금고 입찰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금고 유치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협력사업비와 각종 지역사회 공헌 비용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자치구 예금에 적용하는 약정금리까지 높아졌다. 금고 운영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구축비와 인력·점포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과거에는 자치구의 안정적인 예금을 확보하고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지역 주민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는 효과가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고 운영으로 얻는 유·무형의 이익보다 출연금과 이자, 운영비 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구금고를 따내도 실제 손익을 따져보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성동구금고는 다른 자치구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성동구는 오는 18일까지 차기 구금고 운영 금융기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현 금고은행인 신한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 관계자는 “현재 금고은행인 신한은행 외에도 복수 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성동구금고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우선 뛰어난 접근성이 꼽힌다. 성동구청은 지하철 2·5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왕십리역과 가까워 고객 접근성과 영업 편의성이 높다.
여기에 서울의 대표적인 신흥 업무·상업지역으로 성장한 성수동도 있다. 성수동에는 IT·패션·문화콘텐츠 기업과 스타트업, 팝업스토어, 음식점과 카페 등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소상공인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마장축산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성동구에 따르면 마장축산물시장은 수도권 축산물 유통량의 60~70%를 담당하고 1500여개 점포가 밀집한 국내 최대 규모의 축산물 전문시장이다. 상인과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예금·대출·결제 등 금융 수요가 풍부하다.
결국 왕십리의 교통·생활 상권, 성수동의 신흥 기업·상업 기반, 마장동의 전통 유통산업이 연결된 성동구의 경제 구조가 은행들에 매력적인 영업 기반으로 평가되는 셈이다.
구금고 운영기관이라는 공신력을 확보하면 구청과 산하기관은 물론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 주민을 대상으로 예금·대출·카드 등 연계 영업을 펼치는 데도 유리하다.
서울 구금고가 전반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변하고 있지만, 지역의 상권과 기업 기반, 고객 확장 가능성에 따라 은행들의 선호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금고 경쟁이 실제 3파전으로 이어질지, 위축된 서울 구금고 시장에서 이례적인 흥행 사례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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