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시리아 하루 1300대 트럭…원유 수송 육로 전환
GCC, 쿠웨이트~오만 2100㎞·2500억달러 철도망 속도
파키스탄 국경 재개·이란~아프간 철도 교역량 2배 증가
해상운송 비용은 도로의 20분의 1…육상로 대체엔 한계
사우디, 육로 송유관도 위협…이라크발 드론 지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양대 해상 운송로의 불안이 커지면서 중동에서 육상 교역로가 급부상하고 있다. 원유와 식량, 의약품 등 주요 물자가 철도와 도로를 통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걸프 국가들은 원유 수송을 해상에서 육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철도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경제 지형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외교로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던 역내 연결망 구축을 전쟁이 오히려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다”고 보도했다.
야롭 바드르 시리아 교통장관에 따르면 현재 하루 약 1300대의 유조차(油槽車)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오가고 있다. 이 경로를 통한 운송량은 아직 전쟁 이전 이라크 원유 수출의 약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동 갈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으면서 물류망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전쟁 이후 선박 공격과 공항 폐쇄가 반복되면서 역내 국가들은 기존 해상·항공 운송을 대신할 육상 연결망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미국과 걸프 국가들도 파이프라인과 광섬유 케이블 등을 활용해 역내 국가들을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두바이에서 하이파까지 2500㎞ 이상 이어지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상을 다시 띄우고 있다.
전쟁은 육상 물류의 경제성도 높였다.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두바이 제벨알리항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두바이국제공항의 화물·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보다 30%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과거 선박과 항공편으로 운송되던 물품들이 육로로 이동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걸프 지역까지 2000㎞ 이상 이동하거나, 사우디 서해안 항구에서 걸프 지역까지 1600㎞가량 운송하는 방식이다.
이란 항구가 봉쇄되자 파키스탄은 카라치항에 쌓인 이란행 컨테이너 3000개를 처리하기 위해 이란과 연결된 육상 국경검문소 6곳을 다시 열었다. 튀르키예 트럭은 이란으로 기계와 의약품을 실어 날랐고, UAE와 오만은 국경 통관 절차를 완화했다.
철도망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신설 철도의 월간 교역량은 전쟁 기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철도는 궤간 차이 등으로 제약이 있지만, 운행 횟수는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었고 원유 수송도 시작됐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도 철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C 정상들은 전쟁 중 쿠웨이트에서 오만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2100㎞, 2500억달러 규모 철도사업을 조기 완공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과거 이스탄불에서 메디나까지 순례객을 실어 나르던 히자즈 철도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요르단과 시리아를 거쳐 걸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무역회랑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시리아 철도망의 약 3분의 2는 내전으로 철도망의 약 3분의 2 수준의 사용이 불가능했던 시리아는 사우디와 도로·철도 확장 협정을 체결했고 레바논과는 베이루트 연결 철도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셰브런과 사우디 아람코, 카타르 등은 이라크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재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바스라에서 시리아 국경 인근 하디타까지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46억달러 규모 파이프라인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중동 교역에서 육상로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수백 년 만의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1507년 포르투갈이 호르무즈 해협에 진출한 이후 대형 선박과 유조선이 등장하면서 해상로가 육상로를 빠르게 대체했지만 최근에는 이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다”며 “대이란 제재로 이란과 주변국 사이에 거대한 비공식 육상 교역망이 형성됐고, 2024년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에는 시리아를 관통하는 새로운 물류 통로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육상 수송망 마저도…사우디, 두 바닷길 이어 육로 송유관도 위협
다만 육상 교역로 확대가 해상 운송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역내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도로와 철도 역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용 면에서도 해상 운송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바드르 장관에 따르면 해상 운송 비용은 철도의 6분의 1, 도로 운송의 20분의 1, 항공 운송의 300분의 1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파이프라인 역시 중동 갈등으로 안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우회 수송로로 활용해온 송유관 ‘동서 파이프라인’이 공격받아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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