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 EU 미가입 상태서 관계 강화 방안 지시

지지율 높지만 역풍 우려도…“양측 준비됐는지 아직 불분명”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로이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캐나다가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연합(EU)과 사실상 정회원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면박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 EU에 정식 가입하지 않고도 EU와의 관계를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으라고 정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카니 총리의 행보에 대해 “미국과의 이혼에서 오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캐나다가 유럽으로 축을 옮기는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며 “그 결과 유럽 지도자들은 반쯤 농담조로 캐나다를 EU의 ‘최신 회원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카니 총리는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EU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EU와 각종 협정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등의 사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정상들과 공개적으로 회동한 것은 물론 유럽의 소국 지도자와 왕족들까지 거의 빠짐없이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주요 논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캐나다와 EU 간 관계를 한층 더 밀착시키는 방안이 다뤄졌다.

카니 총리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캐나다를 ‘EU 준회원국’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관계자들은 회원국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 통상 신중한 EU도 이 같은 구상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수개월간의 노력 결과 유럽과 캐나다 관리들이 에너지, 인공지능, 배터리,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광물과 국방 분야와 같은 전략적 공급망 분야에서 캐나다가 유럽 시장에 비공식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한 캐나다 고위 관료는 “캐나다인들은 미국인처럼 말하고, 미국인처럼 옷을 입지만, 사회적으로는 훨씬 더 유럽적”이라며 EU와 밀착이 수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니 총리의 구상은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가 캐나다와 미국 간 관계 악화 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캐나다 국민들이 EU 시스템에 재편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면 입지가 좁아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U와 자유롭게 무역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EU 예산에 분담금을 내거나 EU 노동자를 수용하고 EU 규정을 준수한다. 이는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한 퀘벡주와 앨버타주의 반발을 살수도 있다.

한 미국 관계자는 “미국이 ‘최후의 글로벌 소비자’로서 역할을 축소하는 가운데 캐나다와 EU가 서로의 생산품을 흡수할 준비가 됐는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EU 내부의 의심도 존재한다. 관계자들은 EU 관리들이 캐나다 측을 만나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EU를 단순히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려 애썼다고 전했다.

내외부에서 제기되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니 총리는 오는 16일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EU와 캐나다 연계 방안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열리는 양자 정상회담에서 여러 실무그룹 출범을 발표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