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치르고 3일 업무복귀…열흘 넘게 장고
대법관 2명 공석 상황…재제청 압박하는 여권
아·태 대법원장 회의 개최…이번 주도 넘길까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구한 이후 부친상을 당한 조 대법원장은, 장례절차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제 대법원장회의 등 일정이 예정돼 있어 조 대법원장의 침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오전 현재까지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부친상을 치르고 지난 3일 대법원에 출근하며 업무에 복귀한 이후 열흘 넘게 재제청 여부 및 향후 인선 절차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 부장판사를 제청했는데,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당시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부친상으로 입장 발표가 미뤄진 이후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지자, 청와대는 재차 재제청을 요구한 상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재제청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법원의 재판 기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 대법원장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법관 공백은 한층 더 커진 상태다. 노 전 대법관이 3월 퇴임한 데 이어 이흥구 전 대법관도 지난 7일 임기를 마치면서 대법관 2명이 공석인 사태가 현실이 됐다. 이 전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 후보자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취임하더라도 손 부장판사를 둘러싼 인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법관 공백은 이어지게 된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4명씩 구성하는 3개의 소부 운영과,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이번 주에도 재제청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은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아태 지역 사법부 수장들과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인 재제청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일정이 없는 15일에 공식 입장을 내거나, 아예 대법원장 회의를 마친 이후로 입장 표명을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군에서 새로운 후보자 재제청할지,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인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을지다. 청와대와 여권은 기존 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활용해 신속하게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법부 내부에선 법원조직법에 따라 새 추천위를 꾸려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추천위가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해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후보자 추천을 마치는 즉시 해산된 것으로 본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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