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심포지엄’ 개회사 발표

기술 인프라 등 보완적 혁신 필요

피지컬AI로 수도권 집적 완화 가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증기기관과 전기, 인터넷이 그랬듯 AI(인공지능) 역시 장기적으로 생산성의 기반을 크게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송 총재는 15일 오후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 프로그램’에서 개회사를 통해 “AI는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을 넘어 경제활동 전반에 활용되는 범용 기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총재는 최초의 산업용 발전기 ‘다이너모(Dynamo)’를 언급하며 “19세기 말 다이너모가 도입돼 공장의 동력원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었을 때 사람들은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변화는 아주 더디게 나타났다. 공장의 설비구조가 여전히 기존 증기기관 체제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생산성 향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공장 구조를 ‘전기’라는 기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뒤였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이와 관련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의 ‘새로운 범용 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기술을 도입할 때가 아니라 그 기술에 맞게 생산시스템이 재편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주장을 인용했다.

그는 “오늘날의 AI 역시 다르지 않다”며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조직, 제도 측면에서 ‘보완적 혁신(complementary innov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새로운 역량을 갖추고, 기업의 업무방식이 바뀌며, AI 인프라가 지역의 산업과 시장에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결국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심포지엄은 기업·학계·정부 관계자들이 지역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23년부터 열고 있는 행사다.

이날 정민수 지역경제조사팀장은 ‘AI와 지역 노동시장: 지역 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AI 확산의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 확대 가능성에 대해 전망했다.

한은이 지역별 노출도(AI 활용 가능성)를 산출한 결과 ‘생성형AI’는 서울이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세종, 경기, 인천 등 순이었다. ‘에이전틱AI’ 또한 서울, 세종, 경기, 대전 순이었다. 이와 달리 ‘피지컬AI’ 노출도는 경북, 전남, 충북, 울산 등 순으로 비수도권이 더 높았다.

전 팀장은 “지식서비스 등이 집중된 수도권에 생성형 및 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사무직, 판매직, 관리자, 전문가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라며 “제조업과 농림어업 비중이 큰 비수도권에는 피지컬AI 노출도가 높은 장치·기계조작, 단순노무, 서비스직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팀장은 AI 확산의 지역별 노동시장 영향을 위험과 기회요인 두 분류로 나눠 제시했다.

우선 그는 “AI 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지식서비스와 반도체 제조업의 집적경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피지컬AI 발전이 가속화하면 노출도가 높은 비수도권에서 제조, 숙박, 음식, 운수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회요인에 대해서는 “AI와 인간 간 협업모델 발전, 피지컬AI 발전 등이 인재와 R&D(연구·개발)의 수도권 집적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AI가 인적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더 크게 개선하고 공급제약을 완화해 지역 내 서비스 소비가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AI 확산으로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경우 비수도권의 청년유출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 팀장은 “앞으로 지역 서비스업 전문화 촉진을 위한 AI 교육시스템 강화와 혁신성장 지원, 지역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를 위한 주력 제조업 연계 서비스 특화 및 스타트업 육성, 지역 거점대학의 AI 허브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투자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