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자 늘어나며 ‘압류방지통장’ 생계비계좌 주목
월 250만원까지는 채권자 압류 걱정 없이 사용 가능
금리상승기 맞아 생계비통장 가입자 더 불어날 듯
금융당국도 한도제한계좌 규제 완화 등 제도 정비 속도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경기도에서 열평 남짓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이 모 씨.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영난으로 그동안 받은 카드론과 사업자대출을 연체한 지 9개월이 넘었다. 빚을 갚지 못하자 주거래 통장이 압류됐다. 그나마 일부 들어오는 수입마저 모두 압류되면서 월세는 물론 초등학생 자녀의 현장학습비도 몇 차례 밀렸다. 괜히 장사를 시작해 가족까지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매일 자책했다.
최근 지인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던 중 듣게 된 ‘생계비 계좌’의 존재. 통장을 만들기만 하면 250만원까지는 압류 없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주거비, 교육비 등 최소한의 생활자금을 확보한 이 씨.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으며 채무조정 절차도 차분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자금이나 가계 빚을 연체하면서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 사이에서 ‘생계비 계좌’를 찾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매월 250만원까지 채권자의 압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출시 6개월 만에 약 70만명이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고 있는 만큼 생계비 계좌를 찾는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역시 포용금융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14일 기준 생계비 계좌 누적 개설 건수는 68만7000개로 집계됐다. 지난 2월 1일 개설이 시작된 이후 빠르게 늘어 지난 6월 23일 53만1000개를 기록하며 50만개를 넘어섰다.
생계비 계좌는 매월 250만원 한도에서 압류 걱정 없이 자유롭게 돈을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는 통장이다. 계좌에 예치된 자금은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으로 분류돼 채권자의 압류로부터 보호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1금융권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우체국에서 개설할 수 있으며, 1인당 1개만 개설할 수 있다. 저축성 계좌인 만큼 소액이지만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올 1월 압류금지 최저금액을 월 18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하는 민사집행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제도화됐다.
채권자의 압류를 막을 수 있는 ‘압류방지통장’은 생계비 계좌 외에도 연금안심통장, 행복지킴이통장 등이 있다. 다만 이들 계좌는 정부지원금이나 연금 수급자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가입할 수 있고, 예치할 수 있는 자금의 재원 역시 연금이나 수급 급여 등으로 제한된다.
반면 생계비 계좌는 가입 대상이나 자금의 재원에 별도의 제한이 없어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생계비 계좌는 출시 초기부터 빚 연체로 생활고를 겪는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30대 남성 최모 씨도 생계비 계좌로 한숨을 돌린 사례다. 사업에 실패한 부모의 빚 1억3000만원을 갚기 위해 음식점 아르바이트와 공사장 일용직을 1년간 병행했지만, 건강이 악화해 약 두 달간 일을 쉬게 됐다.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생활비를 마련하고 빚을 돌려막기 위해 이용한 카드론과 신용대출까지 연체했다. 계좌 압류가 들어오면서 월세조차 내지 못했지만, 카카오뱅크의 ‘전국민 생계비통장’을 알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최 씨는 “생계비 통장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했고 빚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생계비 계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금융소비자 대표로 참석한 김모 씨는 “생사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이 자신이 번 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세금 투입 없이 취약계층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취약차주의 연체 위험이 커지면서 생계비 계좌를 찾는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87%에서 올해 1분기 말 2.04%로 상승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업권의 기타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2.77%에서 3.08%로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감독원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동안 은행에서는 1인당 한도제한계좌를 하나만 개설할 수 있었다. 이미 해당 은행에 한도제한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생계비 계좌를 추가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한도제한계좌는 급여 수령 등 거래 목적을 별도로 증명하지 않아도 개설할 수 있지만 이체·출금 한도가 제한된 계좌다.
금융감독원은 기존에 한도제한계좌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생계비 계좌를 추가로 개설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가이드라인을 내렸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억울하게 연루돼 계좌가 정지된 경우에도 타 계좌 압류, 파산 등 생계비 보호 필요성이 ‘명확하게’ 입증된 경우에 생계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생계비 계좌 분리 송금’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월 한도인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이 송금되면 입금 자체가 차단된다. 앞으로는 송금액 가운데 250만원까지는 생계비 계좌에 넣고, 한도를 넘는 금액은 가입자가 미리 지정한 별도의 관리 계좌로 자동 이체한다. 법무부는 지난 7월 이 같은 내용의 민사집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계비 계좌의 가입·활용 현황을 지속해서 살펴보면서 이용 과정의 불편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홍보 활동 등을 통해 생계비 계좌가 필요한 취약계층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k@heraldcorp.com
![올해는 한우·달걀이 ‘金값’…명절마다 출렁이는 밥상 물가, 왜 그럴까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8/rcv.YNA.20260914.PYH2026091412690001300_T1.jpg?type=h&h=240)
![금리 추가인상 시점 10월인가 11월인가…한은의 3가지 고민은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9/rcv.YNA.20260827.PYH2026082703090001300_T1.jpg?type=h&h=240)
![“더 먼저, 더 비싸게, 더 크게”…목동 14개 단지 ‘30조’ 재건축 ‘왕좌의 게임’ 관전포인트는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8/news-p.v1.20260812.8eaf2a32fd874c2e9cb5f30860b2a627_T1.jpg?type=h&h=240)

